국내 건설업계가 생존이란 화두에 직면했다. 저금리와 규제완화로 근래 2~3년간 유례없는 호황기를 누렸지만 8ㆍ2 부동산 대책, 사회간접자본(SOC) 예산감소로 건설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과거 70년간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건설업이 이제 일감절벽에 시달리며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생존을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등 중차대한 과제를 떠안은 건설업계가 다시 주목할 곳은 해외다. 1965년 세계 건설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지금껏 7700억달러 공사를 수주하는 등 한국 경제의 발전을 이끌어온 저력을 다시 보여줄 시기인 셈이다. 그간 국내는 물론 해외 각지에서 쌓은 건설 경험과 노하우, 기술력은 한국을 해외건설 5대 강국으로 올려놓기 충분한 밑거름이다. 이미 지구촌 곳곳에는 각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건축물이나 기반시설 가운데 한국 건설사가 지은 곳이 상당수다. 아시아경제는 전 세계 각지에서 눈여겨보는 국내 건설사의 각종 사업장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다시 확인해보는 기획기사를 시리즈로 싣는다. <편집자주>

현대건설이 쿠웨이트에서 짓고 있는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의 메인 브리지. 비대칭 사장교로 선박모양을 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현대건설이 쿠웨이트에서 짓고 있는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의 메인 브리지. 비대칭 사장교로 선박모양을 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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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현대건설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
중동 금융허브 '실크시티'..꿈의 프로젝트 첫 단계
슈웨이크-수비야 잇는 해상교량공사
36㎞사장교·인공섬 내년 11월 완공
수면아래 수십m 박는 1160개 말뚝
주탑엔 한쪽에만 케이블 연결
첨단설계기법 활용 비대칭 형태 완성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쿠웨이트의 수도 쿠웨이트시티 북쪽 해안가에 있는 슈웨이크 자유무역지대. 과거 중동지역 해상교역의 중심지로 꼽히는 이곳에선 현대건설이 짓는 해상교량 공사가 한창이었다. 직선거리로 30㎞가량 떨어진 바다 건너 수비야 지역을 잇는 다리,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프로젝트다.

쿠웨이트 항만시설이 몰려있는 슈웨이크 일대에는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실어 나르는 대형트럭과 중장비가 연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현장 공사를 맡은 김기성 현대건설 공무부장은 "다리 중간에 조성키로 한 인공섬과 비대칭 사장교 형태의 메인 브리지 조성공사는 현재 마무리 단계로 나머지 공정을 포함해 당초 예정했던 내년 11월께 완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기준 공정률은 88.5%로 다리 아래쪽을 받쳐주는 말뚝은 전체 1160개 가운데 1100개 공사를 끝냈다. 짧은 곳은 40m, 긴 곳은 60m 단위로 바다 곳곳에 박혀 있는 이 말뚝은 직경 2.5~3m 수준으로 국내 한강변 일반 교량과 비교해 2배 이상 굵다. 국내에선 조금만 땅을 파내면 단단한 지반이 나오는데 반해 이곳은 지반이 약해 수심 아래에서도 수십m 이상 더 파내려 가야해 쉽지 않은 공사로 꼽힌다.


대구경 현장타설말뚝을 시공할 때 특수안정액을 사용한 데다 하부공 철근망을 육상에서 미리 제작해 운송ㆍ설치하면서 공사 안정성을 확보하는 한편 공기도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수심이 얕은 인공섬까지는 가교를 만들어 인부나 자재운반을 쉽게 했고, 수심이 깊은 다리 중간 부분은 수천t급 해상크레인이 곳곳에서 콘크리트 교량상판을 옮겨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리스타트 한국건설, 다시 해외다]쿠웨이트에 두바이를 짓다 원본보기 아이콘

[리스타트 한국건설, 다시 해외다]쿠웨이트에 두바이를 짓다 원본보기 아이콘


김 부장은 "상부구조물인 거더는 폭 4m, 길이는 최대 60m로 수비야 일대 공장에서 이틀에 하나꼴로 미리 제작한 후 옮겨와 시공하고 있다"면서 "1700t에 달해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히는 거더를 설치하기 위해 플로팅 크레인과 랜칭 갠트리 등 각종 중장비를 제작해 쓰고 있으며 각 수심에 따라 적합한 설치방법을 정해 공정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쿠웨이트는 중동지역 다른 국가와 비슷하게 인구 상당수가 바닷가에 인접한 도심에 몰려있다. 국토 대부분이 사막인 데다 고온다습한 중동 특유의 환경때문이다. 현지 정부가 쿠웨이트 만 건너편 북쪽 수비야 일대에 신도시를 구상중인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다. 쿠웨이트 정부는 수비야 일대 구상중인 실크시티를 비롯해 최근 조성한 부비안섬 항만 등 북쪽 일대를 대대적으로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는 쿠웨이트시티 도심에서 수비야까지 육로로 80㎞ 정도 떨어져있어 차로 한시간 이상 걸리는데 현대건설이 짓는 다리가 완공되면 20분 정도로 3분의 1가량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크시티는 잇따른 개발사업으로 중동지역 내 물류ㆍ관광 중심지로 부상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나 카타르를 겨냥해 쿠웨이트 정부가 금융허브로 구상중인 대규모 개발프로젝트다. 수도 쿠웨이트시티 주변 다양한 신도시와 함께 도로ㆍ항만 등 사회 인프라 개발에 몰두하는 배경이다.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프로젝트로 조성되는 인공섬 조감도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프로젝트로 조성되는 인공섬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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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는 이 같은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첫 단계라는 점에서 현지 정부에서도 관심이 많다. 이전 국왕의 이름(자베르, 셰이크는 왕이라는 뜻)을 가져다 붙인 것도 현지 정부가 그만큼 공을 들인다는 얘기다. 육지부분을 포함해 36㎞가 넘는 긴 다리의 백미는 가운데 메인 브리지다. 다리 상판과 주탑을 케이블로 연결하는 사장교는 인천대교나 미국 금문교 등 대형 교량에 일반적인 공법이지만 비대칭 형태로 짓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의 메인 브리지는 선박 모양을 본 뜬 주탑에 한쪽으로만 케이블을 연결한 비대칭 구조다.


주탑의 구조 자체가 복잡해 2차원 도면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해 첨단 설계기법으로 꼽히는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을 적용하는 한편 국내에서도 풍동실험 등 모형 시뮬레이션을 수차례 거친 후 공사에 들어갔다. 메인브리지를 선박모양으로 한 건 과거 쿠웨이트 일대 어업이 성행해 선박건조 기술이 발달했던 현지 과거사를 반영한 결과다. 교량 상판의 거더나 교각에도 현지 문화요소를 곳곳에 반영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썼다. 공사 도중 하도급업체와 분쟁이 수면 위로 불거지면서 공사일정이 늦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적도 있지만 이후 현대건설이 직접 거더제작을 책임지고 맡으면서 품질문제나 공기연장 우려는 불식됐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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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프로젝트로 조성중인 인공섬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프로젝트로 조성중인 인공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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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일정대로라면 인근 GS건설이 책임지고 있는 도하링크 부분과 함께 내년 연말이면 공사를 끝내고 곧바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쿠웨이트 정부는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의 경우 현지에서 지은 사회기반시설 가운데 처음으로 유료화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쪽 인공섬의 경우 이미 일부 공공기관 배치가 확정돼 건축물 기초공사가 들어갔다.


송중호 현대건설 현장소장은 "쿠웨이트 만 일대의 어종보호를 위해 따로 대체서식지를 마련하는 한편 만을 드나드는 바닷물 경로를 방해하지 않게 인공섬을 조성하는 등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면서 쿠웨이트 정부나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쿠웨이트시티(쿠웨이트)=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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