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일 만에 침묵 깬 北…발사시간·지점에도 주목
전문가들 "JSA 귀순사건 염두 내부 단속 위한 도발 가능성"
합참 "대미 협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북한이 75일만에 침묵을 깨고 29일 새벽 기습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으로 추정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먼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북한이 일정 부분 탄도미사일의 기술적 보완을 진전시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그간 북한이 기술적으로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했다 본다"며 "화성-14형을 통해 핵무력을 완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마지막 점검을 하는 실험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기술력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졌고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다"며 "미사일 고각 발사를 통해 북한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판단하면 조만간 정상발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귀순 사건으로 북한군 및 주민의 동요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내부 단속을 염두에 둔 도발일 가능성도 높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도발 전날까지 평안남도 순천 메기공장(양어장)을 찾으면서 경제현장에 대한 시찰 행보를 이어갔다. 이 역시 대북제재에 대응하면서 내부결속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북한은 도발을 멈춘 뒤 지난 9월 말 이후 김 위원장의 황해남도 과일군, 군부대 산하 농장, 운동화를 생산하는 류원신발공장, 평양화장품공장, 트럭 생산시설인 3월 16일 공장, 금성트랙터공장,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 등 경제현장 시찰을 집중 부각한 바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제사회가 대북제재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김정은 체제는 거기에 굴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점을 과시했던 것"이라며 "북한이 대화 가능성과 관련한 부분들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강대강의 대결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는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들 간 접촉을 늘리며 국면 전환을 꾀하던 중이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4일 베이징에서 북핵 해법과 관련해 "첫번째로 각국이 적극적으로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특사인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의 면담을 거부한 김 위원장이 6자 회담에 복귀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서 한동안 대화 가능성을 탐색해왔던 북미 관계는 다시 경색된 상황이었다.
합동참모본부는 "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추가 대북제재 등 전방위 외교·경제적 압박에 대한 반발, 북한 내부 경제난 악화 및 권력기관 숙청, 최근 JSA 귀순자 발생 등 내부 불안요인 확산에 따른 체제결속 도모 등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발사를 통해 대미 협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평가한다"고 부연했다.
북한이 내년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아 핵 무력의 완성을 선언하기 위한 내부 시간표의 일환으로 미사일 발사가 이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8일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핵 무력 완성에 2∼3년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하지만 북한은 예상보다 빠르게 개발을 해오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내년 1년 내에도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내년은 북한이 정권수립 70주년 되는 해"라고 지적했다. 또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핵개발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얘기했다"며 "기술적 요건만 갖출 수 있다면 북 측은 내년 신년사에서 '핵무기 완성'을 얘기하려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실험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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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북한의 도발 시점과 장소의 의미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먼저 새벽 3시 17분경 미사일 버튼을 누른 것은 한미 군 당국의 대비태세를 시험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풀이된다. 북한은 또 평안남도 평성 일대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평성은 평양 북쪽에 위치한 지역으로 이곳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이 새로운 곳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장거리 미사일을 이동식 발사대로 발사하는 기습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미 정보 당국은 9월말 이후 평양 교외의 공장에서 미사일을 실은 이동식 발사대가 반출되거나 여러 곳에서 움직이는 모습 등을 사전에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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