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래 일자리를 두고서 그 어느 때보다 고민이 크다. '로봇의 시대가 온다'는 주장에서부터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로봇 시대가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전망과 없어진 일자리 대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대립 중이다.
막연한 미래의 일자리를 전망하는 대신, 오늘날 수십억명이 살아가는 모습을 살펴보자. 미국이나 유럽, 아시아 선진국들의 경우 급속한 고령화를 겪고 있지만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신흥국들의 경우에는 압도적으로 젊은 계층이 많다. 이들 나라의 젊은이들은 기술이 만들어낸 긱 경제(필요에 따라 사람을 구해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형태)의 역동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자리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과 뉴 아메리카 재단이 구성한 시프트 위원회가 최근 개발도상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미래 일자리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 참가자들은 미래가 되면 직업이 해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더욱이 이들은 직업의 해체가 질 나쁜 일자리뿐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 가령 법률서비스 같은 영역에서도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개도국의 고용패턴에서는 세 가지 흐름이 나타났다. 첫째는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사람들이 한 가지 이상의 소득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플랫폼 경제(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상품 및 서비스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거래하는 경제활동)이 빠르게 대두되고 있지만, 전통적인 네트워크의 틀 위에서 형성된다는 점이다. 셋째는 이런 고용패턴이 급격한 소득 불평등과 맞물려 진행된다는 것이다.
실제 개도국에서는 운 좋게 정규직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라도 종종 부업을 갖는다. 이들은 불확실한 노동시장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기술, 네트워크, 아이디어 등을 파는 것이다. 이런 패턴은 점차 선진국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령 나이지리아의 경우 고철ㆍ목재 등을 다루는 비공식적인 직업인 주아 카리(Jua Kali)에서 지난해 74만73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직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일자리가 8만5600개 만들어지는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주아카리는 일종의 일꾼과 장인들로 구성된 이른바 중세시대 길드와 유사한 조직이다. 목수, 기계공, 배관공 등으로 구성된 이 조직은 공동의 기금을 모으고, 기술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는 기능을 맡는다.
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을 통해 수요와 공급이 정해지다 보니 비공식적인 일자리가 더욱 효과적으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고잭(Go-Jek)이라고 불리는 오토바이 택시가 그런 예이다. 20만명 고객 운전기사들이 도로를 누리며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가나에서는 공증인, 법률가 등이 팀을 이뤄 공증에서부터 계약체결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저렴하고 신속하게 처리해준다. 전통적인 로펌과 달리 이들은 각각의 전문가들이 온라인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돈벌이 기회를 찾기도 어렵고 교육의 기회도 드문 나라에서 비공식적인 시장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좋다. 이러한 일자리는 비록 수당이나 승진, 직업 안정이나, 정규직으로 전환 등의 기회는 없다. 그럼에도 소득을 늘릴 수 있고 다른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준다. 더욱이 이런 일자리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준다. 경력조회가 가능해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자신의 노동을 제 값 받아가며 제공 할 수 있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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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선진국들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들 개도국에서 빠르게 벌어지고 있는 일자리의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앤마리 슬로터 프린스턴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Project Syndicate 번역 :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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