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에서 되풀이…정부·소비자 모두 성숙한 대응 필요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가 지난해 8월22일 서울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옥시레킷벤키저 불매와 퇴출 촉구 항의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사진=문호남 기자 munonam@)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가 지난해 8월22일 서울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옥시레킷벤키저 불매와 퇴출 촉구 항의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사진=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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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살충제 계란,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으로 빚어진 케미포비아(화학제품 혐오)는 또 다른 소비시장 혼란을 낳고 있다. 정확한 상황 진단·인식 없이 불신과 공포가 확산되고 가격도 널뛴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4일 기준 계란(특란 중품) 한 판(30개) 평균 소매가는 5768원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전인 지난 17일(5746원)에 비해 소폭 올랐다. 평년가(5537원)와 1년 전(5416원)에 비해선 각각 4.2%, 6.5% 높다.


농가·유통업계 등에선 계란 유통이 다시 차질을 빚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겨울 H5N6형 고병원성 등 사상 최악의 AI가 발생하면서 3800만마리에 육박하는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다. 계란 가격은 AI 발생 직후부터 급상승해 한동안 내려오지 않았다. 그러다 8월 들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8월15일 살충제 계란 파동이 터져서다. 8월 말 6168원, 9월 말 5401원 등으로 하락세를 탔다. 올해 계란 값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급변했다.

AI는 공급 문제였지만 살충제 파동은 소비자 수요가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혐오' 속 계란 가격이 급락했다. 문제는 무엇이, 얼마나 해로운지에 대한 정보가 불확실한 가운데 상황이 흘러갔다는 점이다.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가 계란 코너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사진=아시아경제 DB)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가 계란 코너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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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동 때 정부가 과도한 대응으로 국민 불안을 조성했다고 이수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 소장은 지적했다. 이 소장은 정부가 살충제의 일종인 피프로닐 검출 농장의 계란을 잔류농약 허용기준치와 무관하게 전량 폐기하도록 했으며 이는 "과도한 대응"으로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가 국민이나 언론이 제기한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지도 못해 비판에 직면했으며 비슷한 상황은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태 때도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어 살충제 계란 파동이 과학적 사실, 시장 현황·추이, 정책 대상자의 행동 방식 등을 포괄하는 이른바 '증거'에 기반을 둔 정책 수립 문화가 부실하다는 점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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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포비아 문제는 역대 정부 때마다 되풀이됐다. 소비자들을 극도의 공포로 몰아넣는 괴담은 서너 시간이면 전국을 휩쓸었다. 불신은 모든 소비 행위를 중단시켰다. 합리적인 구매보다 '무조건 안 돼'식의 극단적 소비 성향이 주를 이뤘다.


정부의 성숙한 대응이 우선이나 소비자들도 차분하면서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함께 불신사회를 신뢰사회로 만들어야 케미포비아, 냄비 소비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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