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열되는 ‘士’자들의 밥그릇 싸움.... 왜?
[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 이른바 ‘士자 붙은 직업’이라 불리는 전문직들의 영토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초 변리사와 변호사 사이의 갈등에 이어 최근에는 변호사와 세무사가 갈등을 벌이고 있다.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된 것이 갈등에 불을 지폈다. 변호사단체는 ‘법률사무 전반이 변호사의 직무범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세무사는 ‘변호사라고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주는 것은 적폐’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 해에는 부동산 관련 법률사무를 전문으로 하는 ‘트러스트 부동산로펌’으로 인해 공인중개사와 변호사 간 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개업무를 하지는 않지만 계약서 작성과 공증 등 부동산 거래에 필수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논란이 됐다.
공인중개사들의 고발로 법정에 선 트러스트 부동산포럼 공승배 변호사는 배심원들을 향해 “공인중개사보다 훨씬 싼 수임료로 더 충실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열변을 토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에서 공 변호사는 무죄 판결을 받아냈지만 공인중개사 측은 즉각 항소를 제기했다.
올해 초에는 대한변리사회가 특허변호사회 회장인 김승열 변호사를 제명하면서 변리사와 변호사 사이에 전운이 감돌기도 했다. 변호사가 변리사 활동을 하려면 변리사회에 반드시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제명조치는 사실상 ‘변리사 업무를 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2010년경부터 헌법소원과 각종 송사로 첨예해진 양측의 갈등은 ‘제명’ 사건으로 전면전 직전까지 갔었다. 법원이 김 변호사에 대한 제명을 취소하면서 일단 수면 아래로 갈등이 잦아들기는 했지만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이 양측의 일치된 견해다.
또, 지난 해 9월에는 행정사가 행정심판을 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면서 행정사와 변호사 사이의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변호사들은 ‘모든 법률사무가 업무영역’이라며 거침없이 영토를 확장하고 있지만 타 직종 단체들은 각 분야별 전문성과 관행을 무기로 변호사들의 시장 잠식에 맞서고 있다.
이처럼 변호사들이 ‘새 영토’를 찾아 나선 것에 대해 법조계는 변호사 숫자의 증가 등 환경 변화가 1차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전국 변호사 숫자가 2000명도 안되던 시절에 설계된 제도가 변호사 2만명 시대에 그대로 작동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숫자가 부족한 변호사는 주요 소송만 맡고 그 외 법률사무는 세무사나 법무사, 변리사, 노무사 등이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을 나눠 갖던 시대가 더 이상 아니라는 것이다.
변호사들의 거침없는 '영토확장'에 대해 법조계 내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장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한 좌담회에 참석해 “아무리 어려워도 변호사가 부동산 중개업무까지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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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돈 되는 직종의 밥그릇을 빼앗자는 것 아니냐’고 꼬집는 변호사들도 적지 않다. 중견로펌 소속의 한 변호사는 “이미 인디언이 살고 있는 땅을 신대륙이라고 우기는 격”이라며 직설적인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한편 법무부와 특허청, 국세청 등 정부 관계부처에서는 현행 제도의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자격제도의 통폐합 등 여러 가능성을 놓고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시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폭발력이 상당해 공개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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