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촌 형은 말더듬이다
 전기공학을 전공했으나 전류가 잘 흐르지 못했다
 그래서 친구 누나를 소개시켜 주었다
 꽃을 선물하라고도 일러 주었다
 물론 사촌 형은 그녀를 두 번 만나지 못했다
 무슨 꽃을 사 주었는지도
 입을 다물었다


 여수는 유채꽃이 환해서
 사월이 바다를 건너는 향기가 아렸다
 곤충들은 빛과 냄새,
 어떤 것으로 꽃밭을 찾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상가(喪家)에서 친구 누나를 봤다
 이십 년 시간의 빗금,
 얼굴이 실금 간 작은 종지 같았다
 그녀는 한번 본 사촌 형의 이름을 기억했다
 바다를 지난 유채꽃밭까지
 슬리퍼를 끌며 따라 나왔다
 "세상에 조화를 사다 주는 남자가 어딨니?"
 등 뒤로 바다가 일렁거리자 유채색의 긍정적인 느낌이
 오히려 사람을 작게 보이게 했다
 벌은, 등에는, 빛깔과 향기 무엇으로
 이 꽃밭을 찾아낼까?

그림=이영우 화백

그림=이영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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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그 남자 웃겨, 오, 오래 두 두고 보면 향, 향기가 날 겁니다, 하더라"


 더듬는 말을 따라 하는 그 일렁임에
 나는 시린 봄 바다를 바라보기 어려웠다
 어딘가 비슷하게 보이는 슬픔이다
 "잘 살지?"
 나는 엉뚱하게 물었다

 여수는 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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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아직 저, 절 기억하시는지요? 예, 저, 접니다. 그, 그때 유채꽃이 한창이던 그해 봄날에 다, 당신을 만나러 갔던 그, 그 사람입니다. 오, 오래도록 설렜습니다. 너, 너무 설렜습니다. 그, 그 꽃은, 꼬, 꽃집 구석에 있던 건데, 꼭 저만 같았습니다. 저, 저도 누가 한번 쓰다듬어 주면 화, 활짝 필 것만 같았는데, 그, 그래서 팔지 않는다는 걸 사, 사정을 해서 샀습니다. 다, 당신에게 오래도록 꽃이고 싶어서, 시들지 않는 그, 그런 꽃이고만 싶어서. 아, 아무래도 제 욕심이 과, 과했나 봅니다. 그, 그래도 다, 당신이 아직 저, 절 기억하신다니, 고, 고맙습니다. 다, 당신은, 제 평생 단 한 번 마, 만나 본 지... 진, 진짜 꽃이었습니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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