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석 떨다 유야무야…'도돌이표' 재난대응
대형 사고, 재난 수시로 발생 22년간 35회 특별재난지역 선포...재난 예방·대비 소홀→대형 사고·재해→수습 대책 허술→국민성금 모금 등 '판박이' 대응 반복돼...사회적-개인적 예방·대비 강화 등 개선 목소리 높아
[이미지출처=연합뉴스]지진피해 복구작업하는 주민 (포항=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7일 오전 포항 북구 양백2리 인근 민가에서 주민이 지진피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2017.11.17 mon@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995년부터 올해까지 해당 지역 지자체들이 감당할 수 없는 만큼의 큰 피해가 발생한 '대형 자연 재해'와 '사회적 재난'으로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건수는 총 35건에 달한다. 사회적 재난으로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시작으로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2014년 세월호 참사 등 총 7건이 있었다. 자연재해의 경우엔 2002년 태풍 루사 피해, 지난해 9월12일 경주 지진, 지난해 10월 태풍 차파 등에 이어 이번 포항 지진까지 총 28건에 달한다. 대형 사고ㆍ재난이 1년에 1~2회 정도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재난ㆍ사고 대응 시스템이 과거에 그대로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 사회, 정부 할 것 없이 큰 사고가 터졌을 때 난리법석이 나지만 평상시 재난을 막기 위한 사전 예방과 대비책에 무관심하다. 실제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사고와 해마다 발생하는 자연재해때마다 만연돼 있는 안전 불감증과 이를 둘러 싼 비리ㆍ카르텔 등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이에 대한 개선은 더디기만 하다. 조성일 서울시립대 초빙교수는 "재난이 일어나도 금방 잊혀지고 대비책 마련도 유야무야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지진만 하더라도 내진 설계도 전혀 안 돼 있고 설계ㆍ감리ㆍ시공도 엉터리인 도시의 낡은 주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십년이 걸리는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난에 대한 시민들의 대비도 허술하다. 재난보험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음식점, 박물관, 주유소 등 다중 이용시설을 대상으로 가입을 의무화한 재난배상책임보험의 가입률이 이달 7일 현재 전국 평균 64%에 그치고 있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사전에 재난이나 사고에 대비해 보험 가입이나 예방책 마련에 철저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국민들은 물론 정부도 관심이 전혀 없다가 큰 일이 나고서야 대책을 마련한다"며 "재난이 터질 경우 들어가는 복구비가 예방비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가는 데도 정부 전체의 예방사업 예산은 항상 후순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들도 지진 걱정을 하면서도 집을 사거나 빌릴 때 브랜드나 위치만 보지 내진 설계 시공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는다. 위험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차에 유아용 카시트를 설치하지 않아 아이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것과 똑같은 행위"라고 강조했다.
재난이 터진 후 정부 차원의 수습도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대표적 수습책인 '특별재난지역' 지정은 사실 일반인의 피해 보상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행정 용어'다. 단적으로 지자체ㆍ정부가 공공시설 피해를 복구하는데 드는 비용 분담 비율이 5대5에서 3대7로 바뀐다는 정도의 차이 밖에 없다. 주민들에게는 주택 복구 비용(100만~900만원)이 지급되고 긴급생계비용ㆍ세금 감면 또는 면제 등의 혜택이 주어지긴 하지만 미미하다. 주택이나 영업장ㆍ공장 등에 대한 피해는 기본적으로 '자부담'이 원칙이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자연재해 노출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 "특별재난지역의 유효성을 강화하고 보험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지에 등에 대해 차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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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때마다 국민들이 성금을 모금해 피해자들을 돕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한국 특유의 '정'(情)을 중시하는 문화의 소산이긴 하지만 자기 책임성 약화 등으로 재난 예방ㆍ대비에 소홀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무처장은 "대규모 재난ㆍ사고가 발생하고 국민들이 모금하거나 세금으로 보상해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안전은 남이 해주는 것이라는 의식이 굳어지면서 재난 예방ㆍ대비에 신경을 안 쓰는 경향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 포항 지진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이날 오전 6시 현재 민간주택 피해는 총 1만1501건으로 전일 8293건 대비 38.7% 증가했다. 학교건물 균열 피해도 전일 234건에서 235건으로 1건 늘어났다. 인명피해는 88명, 이재민은 110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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