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맞은 병사를 구금조사…인권위 "헌병 가혹행위 재조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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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해병대 헌병이 총상 피해자를 유치장에 가둔 채 가혹행위를 가하며 살해 혐의 허위자백을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방부를 상대로 22일 재조사를 촉구했다.


이날 인권위는 지난 1985년 해병대에서 방위병이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으로 자폭한 사건과 관련 "수사 중 가혹행위와 의료조치 미흡 등 피해사실에 대해 재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보훈보상대상자 선정 등 필요한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985년 8월 7일 해병대 해안초소에서는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병사가 있는 것으로 오인한 정모 일병이 진지에 총을 발사한 뒤 수류탄으로 자폭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정 일병은 평소 자신에게 가혹행위를 가하던 모 병장을 해칠 목적으로 자신이 근무하던 진지에 총을 들고 뛰어들었으나 모 병장은 자리에 없었다. 진지에 있던 김모(당시 상병)씨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며 정 일병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정 일병이 총구를 내리는 과정에서 총이 발사돼 김씨의 오른쪽 발목을 관통했다.

이후 자신의 신변을 비관한 정 일병이 수류탄으로 자폭을 시도했다. 사단 헌병대는 김씨를 가해자로 지목한 후 김씨에게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유치장에 구금, 수사를 벌였다. 김씨는 뒤늦게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발목, 허리 등에 후유증을 얻었다.


김씨는 헌병이 총상을 입은 자신을 상대로 가혹행위를 저질렀다며 지난 7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김씨는 헌병수사관들이 알몸으로 의자에 올라가도록 한 뒤 쇠파이프 등으로 고문·폭행을 하며 살인 혐의에 대해 허위자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해당 헌병대는 사건 발생 다음날 오전 7시에 진행한 현장조사에 김씨를 참여토록 했다. 공무상병인증서와 병상일지 확인 결과 김씨의 병원 입원은 사건 발생 일주일 뒤에야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김씨와 함께 복무했던 동료들은 김씨가 헌병대 유치장에서 발목 관통상을 입고 피를 흘리고 있었으며, 헌병대 내 골방에서 맞는 소리와 함께 이후 온 몸에 멍이 들어 나오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했다. 연대장 전령으로 복무한 동료는 '김 상병에 대해 구타와 폭행을 가하며 수사했지만 가혹행위 혐의를 찾지 못했다'는 연대장과 헌병대의 통화 내용을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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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해당 사건은 공소시효가 완성돼 당시 헌병수사관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 김씨는 자신이 겪은 가혹행위에 대한 국가의 사과와 사고 후유증에 대한 지원을 위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 관계자는 "총상을 입은 환자에 대해 부대가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고 유치장에 감금한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당시 수사 중에 발생한 고문·폭행 등 진정인의 주장에 대한 보다 면밀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준영 기자 labr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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