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뽑긴 했는데…’ 속내 복잡한 검찰의 전병헌 수사
[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비리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속내가 복잡하다. 현 정부 들어 첫 청와대 고위직에 대한 수사인데다 야권과 전 정권 인사에 대한 수사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함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21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전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전 전 수석을 상대로 17시간 동안의 조사를 마친 뒤 일단 귀가시켰다. 검찰에 따르면 전 전 수석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던 지난 2015년 방송 재허가와 관련해 롯데홈쇼핑으로부터 자신이 명예회장으로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 후원금 명목으로 3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후원금이 가운데 일부가 자금세탁 과정을 거쳐 전 전 수석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전 전 수석의 혐의가 명백하다고 보고 빠르면 이번 주 중으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지난 16일 전 전 수석이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장청구까지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은 셈이다.
검찰은 롯데 측이 제공한 기프트카드를 전 전 수석의 자녀가 사용한 증거 등 ‘스모킹 건’이 확보됐기 때문에 늦출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의 신속한 행보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21일 법조계에서는 전 전 수석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사건과 구조가 매우 비슷하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기업의 민원을 해소하는데 적극 나서기는 했지만 재단이나 공익법인의 후원금이라는 형식을 동원해 우회적으로 돈을 받았고 돈 관리도 보좌진들이 주도하는 등 외형상 직접적인 관여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형로펌 소속의 중견법조인 박모 변호사(51)는 “박 전 대통령 자리에 전 전 수석, K스포츠재단 대신에 e스포츠협회를 넣으면 똑같은 사건”이라면서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수사가 박 전 대통령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명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치보복’이라는 의혹을 희석시키는 효과도 있다는 분석이다. 서슬이 가장 퍼렇다는 집권 초기에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정무수석에 대해 칼을 들이 댄 만큼 ‘죽은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비난 프레임을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향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검찰개혁과 관련해 검찰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검찰 주변에서는 ‘더 이상 밀리면 검찰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검찰 간부출신인 이모 변호사(56)는 “검찰로서는 전병헌 전 수석에 대한 수사를 반드시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만약 영장이 기각되는 등 차질이 생긴다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물론 검찰 수뇌부의 위상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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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 전 수석 측이 소환조사 과정에서 ‘스모킹 건’으로 제시된 기프트카드 사용내역 부분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는 등 반격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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