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순의 작전타임]오지환의 상무 입대 포기, 회피는 아닌가?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프로야구 LG트윈스 내야수 오지환(27)이 병역 의무 이행을 또 미뤘다. 그는 지난 9월 접수를 마친 경찰 야구단에 지원하지 않았고, 17일 마감하는 국군체육부대(상무)에도 입대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LG 구단 관계자는 "선수가 결정할 일이지만 어제까지도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다. 사실상 (상무에)지원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고 했다. 오지환은 현재 일본 고치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다.
오지환은 올해 경찰야구단이나 상무에 가지 않으면 연령 제한 때문에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다. 대학교와 대학원 진학 등 합법적으로 군 입대를 미룰 수 있는 방법도 모두 사용했다. 따라서 소집 영장을 받으면 즉시 군대에 가야 한다. 일반병으로 가야 하니 야구를 계속할 수 없다.
그러므로 오지환이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 국가대표가 되어 내년 8월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아게임에 나가 금메달을 따면 된다는 생각일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기초 군사훈련만 이수하고 프로선수로 계속 뛸 수 있다. 오지환에게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국가대표가 된다는 보장이 어디 있으며 금메달을 어떻게 장담하는가. 팬들은 헌신과 노고를 상찬하기 위해 국가가 부여하는 혜택을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듯한 인상을 받고 있다.
오지환이 상무에 가지 않는다는 소식에 야구 관련 커뮤니티가 소란하다. "병역의무를 면제받고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기회도 선수에게만 주어진 특혜인데, 병역혜택을 목표로 국가대표가 되려는 듯한 모습이 못 마땅하다"는 의견이 폭주하고 있다. "운동선수들의 병역의무를 대체하거나 공백을 줄일 수 있는 장치들이 널려 있고 선수들은 이를 악용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LG 관계자는 오지환의 상무 입대 포기에 대한 입장을 묻자 "비판이나 결과에 대한 책임도 모두 선수가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며 구단의 정책이나 결정과는 무관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오지환이) 기량을 좀 더 발전시키고 팀원이나 국가대표로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가 크다"고 했다. 기량을 늘리고 LG 선수로서나 국가대표로 기여하기 위해 상무에 입대하지 않는다는 말은 얼핏 듣기 좋지만 여기에는 신성한 의무에 어떻게 답하겠다는 대목이 빠져 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선수들에게 연금 등으로 경제적 지원을 하고 병역혜택을 주는 제도는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이다. 군사독재가 서슬 퍼렇던 1973년에 탄생한 이 제도는 국가아마추어주의(State Amateurism)의 상징이다. 박정희 시대의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는 미국 중심의 서방을 추종하면서도 유독 체육 정책은 소련이나 쿠바 등 동구권을 모방했다. 남자 선수들에게 병역특례 제도는 대단한 동기부여였다. 그런데, 처음부터 스포츠맨십과는 무관했던 이 제도는 국가대표 발탁의 의미를 애국이나 명예에서 병역혜택이라는 '당근'으로 옮겨놓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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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운영하는 경찰청이나 상무도 사실은 체육인만 누리는 큰 혜택이다. 생업과 연계된 자신의 특기를 공백 없이 지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제도가 불공평하므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은 끊이지 않았다. 국제 전시나 콩쿠르에 입상한 미술가와 음악가의 병역도 면제하고, 입상하지 못한 예술가들이 공백 없이 활동하도록 ‘상미(尙美)’나 ‘상악(尙樂)’ 같은 군대 예술단체도 만들어야 한다는 비아냥도 있었다. 세계수준의 연구자들에게는 '군대학술원'도 필요할 수 있다.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은 내년 아시안게임과 2020년 도쿄올림픽을 내다보며 "오직 기량만으로 대표 선수를 뽑겠다"고 했다. 이 말은 군 미필 선수들이 대표선수 되기를 원하고, 그들을 대표팀에 넣으려는 선수 주변의 움직임이 그만큼 강하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선 감독은 2019년 열리는 '프리미어 12' 대회 때 선발한 선수들을 대부분 유지해 올림픽에 나가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병역혜택이 있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만 나가려는 선수들의 불순한 의도를 차단하려는 노력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오지환의 선택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노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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