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수능 마케팅도 '대혼선'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지연진 기자, 한진주 기자, 임온유 기자]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과 그로 인한 사상 초유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는 연말 특수를 겨냥해 마케팅 계획을 세운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주고 있다. 당장 수능이 끝난 수험생을 대상으로 일정을 세운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천재지변은 일부 기업에게 '의외의' 기회를 주기도 했다.
◆'멘붕'에 빠진 게임업계=15일 발생한 지진의 진앙지로 알려진 포항시 북쪽에서 차로 한 시간 반 거리. 부산 벡스코에선 16일부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가 열리고 있다. 이 대회는 매년 수능이 끝난 직후로 일정을 잡아 수험생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이번 지진과 수능 연기로 흥행 참패가 우려된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스타 관람객은 2015년 20만9000여명, 2016년 21만9000여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20만명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 관계자는 "지스타 일정은 수험생이 게임을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풀게 해주려는 취지로 정해지는데 올해는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행사장이 지진 발생 지역으로부터 불과 120㎞ 정도 떨어진 터라 여진에 따른 피해 우려까지 있어 대회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스타가 열리는 벡스코 본관은 지진 규모 5.5, 신관은 6.5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있다. 수능은 연기됐지만 고등학교 휴교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16일 지스타 첫날 현장에는 학생 관람객들이 적지 않게 모여드는 분위기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올해 최초로 공개하는 신작들이 많아 기본적인 흥행은 가능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이폰 출시일로 옮겨온 수능=16일 수능이 일주일 뒤인 23일로 연기되면서 24일 출시 예정인 아이폰X은 의외의 호재를 만났다. 수능을 마치고 신형 휴대폰 구매에 나서는 수험생들을 상대로 홍보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에선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 애플 아이폰8 등 수험생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 일부가 아이폰X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수능 직후 선택할 수 있는 제품군에 아이폰X이 이름을 올리게 돼서다.
통상 목요일 수능일 후 이틀간인 금요일ㆍ토요일은 통신 시장의 '미니 성수기'라 불린다. 60만명에 이르는 수험생 상당수가 수능 직후 스마트폰을 교체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1월17일 수능일의 번호이동 건수는 1만4437건, 18일 1만9114건을 기록했다. 특히 토요일 19일에는 2만3429건으로 정부가 시장과열 기준으로 삼는 2만4000건에 육박했다. 이에 출시 첫날 아이폰X의 어부지리격 흥행 가능성이 점쳐진다. 역대 아이폰 중 판매량이 가장 많았던 아이폰5시리즈ㆍ아이폰6 교체수요가 기다리고 있고, 아이폰8 흥행 실패도 아이폰X에겐 득이 될 수 있다.
아이폰X에 맞서 삼성전자는 '버건디 레드' 색상을 입힌 갤럭시S8로 반격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게임 마니아들을 위해 갤럭시노트8 리니지2 레볼루션 스페셜 패키지도 내놨다.
◆마케팅 미루고 피해구제 주력='수능 특수'를 기대했던 유통기업들도 관련 일정을 미루는 등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롯데ㆍ현대ㆍ신세계백화점 등은 수험생 대상 할인행사를 일주일 연기했다. 다만 겨울 정기세일 행사는 그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준비해온 이벤트 계획을 접고 피해 구제에 나섰다. 홈플러스는 포항 실내체육관에 모인 피해자 1000여명을 위해 생수ㆍ라면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도 생수ㆍ라면 등 1000만원 상당의 구호물품을 포항 지역에 긴급 지원했다. GS25의 GS리테일과 세븐일레븐 역시 방한용품과 먹거리 등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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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에도 끄떡 없어요"…홍보기회 활용 기업도 = 지진 발생 직후인 15일 오후 보일러 업체 경동나비엔은 "규모 7.0 이상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동성능 인증을 받았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하며 사용자를 안심시켰다. 지진이 발생할 경우 각종 화기 폭발 등 2차 사고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앞선 지난해 경주 지진 때 귀뚜라미는 보일러 애프터서비스 접수가 증가했다는 점을 즉각 알리기도 했다. 당시 경주 지역 주택가에 설치된 보일러 상당수가 지진을 감지해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소비자들의 고장 접수 전화가 빗발치자 회사 측은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긴급히 전한 것이다. 국내 보일러 업체들은 약 20년전부터 가정용 보일러에 지진감지기와 가스누출탐지기 등 안전기술을 장착해 판매해왔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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