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청약 줄서기 12년만에 부활한 까닭?
2005년 이후 사라진 줄 세우기 청약
국토부, '내 집 마련 신청서' 금지로 줄서기 청약 부활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지난 10월28일 서초 센트럴 아이파크 견본주택 앞에는 족히 300m는 넘을 정도로 긴 대기줄이 형성됐다. 이 날은 미계약분에 대한 선착순 동·호지정 계약이 있었다. 선착순으로 계약이 진행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미 2~3일 전 부터 텐트를 치고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와 래미안 DMC 루센티아의 미계약분 현장 역시 비슷한 풍경이었다. 이들 단지의 경우 선착순 계약이 아닌 사전 공지 후 현장 추첨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밝혔음에도 미리 예고된 시간보다 2~3시간 가량 앞서 입장을 기다리는 긴 대기줄이 형성됐다. 이에 삼성물산측은 예고한 시간보다 앞당겨 입장을 진행했다.
2005년 이후 폐지된 '줄 세우기 청약'이 12년 만에 부활했다. 2005년 11월 일괄 분양한 판교신도시 아파트 청약을 계기로 처음으로 인터넷 청약이 진행됐다.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2·17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통해 인터넷 청약과 사이버 견본주택에 대한 운영방안을 마련·시행키로 하면서다. 이에 따라 아파트 청약때면 금융기관에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은 2005년 이후로 볼 수 없게 됐다.
줄세우기 청약이 12년 만에 부활한 데는 국토부가 미분양 물량에 대해 사전 청약 신청을 받는 일명 '내 집 마련 신청서'를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 신청의 경우 청약통장이 필요 없어 당첨 후 프리미엄을 노리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들이 수십 장씩 신청서를 작성하는 등 악용됐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내 집 마련 신청서를 금지시킨 대신 예비당첨자 비율을 40%로 높여 미분양 발생을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투기수요근절을 위해 없앤 내 집 마련 신청서로 인해 '줄 세우기 청약'이 부활하는 등 되레 불편함이 늘었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10일 종로구 운니동 래미안갤러리에서 만난 최모(45)씨는 "이 방식 역시 청약통장을 안써도 되는 방식이라 어느정도 투기수요는 있을거라고 본다"며 "미분양 물량에 대해서도 가점제를 적용하는 방식이 아닌 한 투기수요를 100% 거를 수 없는데도 오히려 줄 세우기 등 불편함만 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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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측에서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 집 마련 신청서를 없애는 대신 기존 20%에서 40%로 예비당첨을 늘렸지만 그럼에도 미분양 물량이 발생했다"면서 "줄 세우기 청약은 업계에서도 잠재적 고객들에게 너무 죄송한 마음이라 얼마 전 금융결제원과의 간담회에서 이를 40% 이상으로 대폭 상향하는 방식을 건의했었다"고 말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콘텐츠본부장은 "내 집 마련 신청서를 넣든 줄을 서든 100% 가수요를 걸러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현재 입주시까지 분양권 전매 자체가 안되는 상황에서 내 집 마련에 나선다는 건 사실상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상태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 본부장은 "실수요자라 하더라도 미래에 집 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야 이들이 청약이든, 기존주택 매입이든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이라며 "단순히 미래에 집 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이를 다 투기세력으로 보는건 시장 자체를 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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