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美 셰일가스 전초기지 텍사스·오클라호마를 가다
[휴스턴(텍사스), 털사(오클라호마) = 아시아경제 김은별 특파원]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휴스턴. 휴스턴에서 차로 한 시간 가량 남쪽으로 달리자 멕시코만에 위치한 '프리포트(Freeport)' 지역이 나타났다. 1939년 다우케미컬이 이곳에 공장을 설립하기 시작하면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지역이다. 5.6㎞에 달하는 해변을 끼고 있고, 멕시코만과 맞닿아 있어 에너지사업을 하기에 용이하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붐이 일면서 이 지역은 더욱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생산된 셰일가스를 바로 액화시켜 수출하기 좋은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는 SCOOP(South Central Oklahoma Oil Province), STACK(Sooner Trend, Anadarko, Canadian and Kingfisher) 등 텍사스와 오클라호마 지역에서 생산된 가스도 파이프를 통해 수송, 수출까지 가능하다.
셰일가스는 원유가 처음 생성되는 근원암인 셰일(shale) 암반층에 갇혀 있는 비전통(언컨벤셔널·Unconventional) 천연가스를 말한다. 가스와 오일이 섞여 있어 일반적으로 셰일가스로 부른다. 기존 천연가스보다 더 깊은 2~4㎞에 위치해 있는데다, 암석층의 미세한 틈에 갇혀 있어 이곳에서 기름과 가스를 뽑아내는 일은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셰일가스를 추출해 낼 수 있는 공법 연구가 시작되면서 생산이 늘어났다. 기존 석유 생산을 독점하던 중동 국가에서 원유 생산량을 통제해 기름값을 계속 올려가자, 셰일을 추출해 낼 방법을 모색한 것. 3~4년 전만 해도 배럴당 50~70달러는 돼야 채산성을 맞출 수 있었지만 이젠 유가가 40달러 정도여도 수익을 낼 수 있을 만큼 기술이 향상됐다.
◆셰일가스로 터닝포인트 맞은 프리포트LNG= 프리포트 내에서도 최남단으로 향하면 멕시코만 퀸타나 지역을 만날 수 있다. 최근 발생한 텍사스 총기난사 사건으로 미국 성조기와 텍사스 주기가 조기로 바꿔 걸려있었고, 멀리 보이는 바다와 야자수들로 멕시코만에 다다른 것을 느낄 수 있을 무렵, 거대한 프리포트LNG 액화터미널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미국산 셰일가스 수출 전초기지다.
"엄청나게 큰 냉장고가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각 시설에 대형 모터와 컴프레서, 열교환기가 있다고 보면 되는 거죠."
프리포트 터미널은 한 기당 연 440만톤의 천연가스를 액화할 수 있는 액화설비 총 3개로 구성돼 있다. 액화설비는 수출용 터미널의 핵심설비로 영하 162도의 초저온, 초고압 환경에 기체상태인 천연가스를 노출시켜 액체로 바꾸는 설비다. 가스를 액체화 하면 수출을 손쉽게 할 수 있다.
당초 이 터미널은 수입용 터미널로 설계됐다. 수입한 액체 상태의 LNG를 기화시켜 미국 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들을 건설하려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셰일가스 개발 붐이 일면서 이 회사는 전략을 180도 바꿔 2008년 수출용 기지 건설로 방향을 틀었다. 수출용 설비는 천연가스를 액체상태로 전환하고, 액화된 천연가스를 선박에 선적하는 설비가 주를 이루게 된다.
예측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지난 60여년간 천연가스 수입국이었던 미국은 2018년부터 수출량이 수입량을 넘어서는 '순수출국' 반열에 오를 전망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매장량은 세계 4위 규모지만, 생산되는 셰일가스의 91%가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13년 당시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1975년 이후 40여년간 이어져 오던 에너지(원유) 금수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부 수출 프로젝트를 허용했다. 프리포트를 비롯해 루이지애나주 사빈패스와 카메론, 메릴랜드주 코브포인트 등 네 곳이 수출 기지로 지정됐다. 허리케인 '하비'로 카메론 수출기지는 타격을 입었지만, 다행히 프리포트LNG는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프리포트LNG의 설비 3기 중 첫 번째 설비는 오사카가스와 현재 JERA(추부전력), 두 번째 설비는 BP에너지, 3번째 설비는 국내 업체인 SK E&S와 도시바가 반반씩 사용계약을 체결했다. SK E&S가 계약을 체결한 3기는 2019년 하반기 상업운전을 목표로 막바지 공정이 한창이었다. 마이클 플레처 프리포트LNG 건설담당 매니저는 "1기에서 3기로 공정이 진행될수록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며 "상업운전 결과를 살펴본 후 4기까지 확장하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국내 민간 기업 중에는 유일하게 SK E&S가 글로벌 메이저들과의 경쟁을 뚫고 프리포트의 액화설비 사용계약을 체결했다. SK E&S는 "2019년부터 20년간 연 220만톤의 미국산 셰일가스를 액화해 반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美셰일가스 붐 기회 잡는다…석유개발사업 아메리칸드림 꿈꾸는 SK= 이미 SK E&S는 올 1월 미국산 셰일가스를 국내에 최초로 도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초 E&P 사업 본사를 아예 미국 휴스턴으로 이전했다. 2014년부터 미국 휴스턴에 'SK E&P 아메리카'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미국 석유개발회사 플리머스와 케이에이헨리(KA Henry)가 보유한 석유 생산광구 2곳을 인수한 만큼, 본격적으로 휴스턴에서 신자원 개발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석유 개발을 제대로 하려면 본고장인 미국으로 가야 한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관계사와 계열사들은 셰일가스 추출과 생산, 즉 업스트림(Upstream)에서부터 LNG생산과 수출, 수송 등 미드스트림(Midstream), 발전과 집단에너지화시키는 다운스트림(Downstream)까지 모든 단계를 구축하게 됐다.
셰일가스를 생산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직접 광구를 운영·생산하는 방식과, 광구에 지분투자를 해 생산된 가스를 사들이는 방식이다. SK E&S는 미국의 컨티넨탈리소스로부터 오클라호마주 우드포드 셰일가스전 지분을 인수해 투자하고 있고,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 E&P는 직접 광구 운영(SK플리머스)까지 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해외광구에서 광구를 직접 운영, 생산하고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그랜드/가필드 카운티에 위치한 SK플리머스의 셰일가스 웰(Well,유정). 펌핑유닛 장비로 셰일에너지를 퍼낸 후 오일과 가스, 물을 분리해 가스관으로 운송한다.
원본보기 아이콘SK E&P의 자회사 SK플리머스를 방문하기 위해 오클라호마 털사 공항에서도 두 시간여를 서쪽으로 달려 그랜드/가필드 카운티에 도착했다. SK플리머스가 보유한 서울시 면적의 38%(4만2000에이커)에 달하는 광활한 광구를 만날 수 있다. 현재 108개의 웰(유정, Well)에서 하루 2700 boe(셰일오일 광구에서 석유추출이 가능한 규모)를 생산해내고 있다.
최동수 SK이노베이션 E&P 사업대표(부사장)는 "생산광구를 직접 운영하며 학습료를 내겠다는 생각으로 왔는데, 유가 40달러에서 견딜 수 있는 사업구조를 차근차근 만들고 있다"며 "시추부터 가스를 포집하는 과정까지 드는 비용도 줄이고, 웰당 생산량도 두 배로 늘리면서 인근 지역 광구를 계속 확장하는 쪽으로 목표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셰일가스 사업은 '유연함'이 강점이라고 꼽았다. 생산을 시작하게 되면 해당되는 섹션(땅)의 권리를 계속 보유할 수 있고, 유가 상황에 따라 시추를 추가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는 것. 특히 미국의 경우 광물소유권을 토지소유자 개인이 갖고 있어 시장진입이 용이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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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북미에서는 언컨벤셔널 탑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컨벤셔널 지역의 경우 기존에 잘 하던 것 위주로 광구를 넓혀나가고,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언컨벤셔널에서도 탑 티어(Top Tier) 자리에 올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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