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노조 "정부 코스닥 정책 틀렸다"
[아시아경제 권성회 기자]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이 정부가 내놓은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해 진단과 처방 모두 틀렸다고 비판했다.
지난 2일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는 공동으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내놓았다. 코스닥시장에 대한 연기금 투자 비중을 1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성장잠재력이 높은 혁신기업들이 코스닥시장 및 인수합병(M&A)을 통해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것이다. 또 코스닥시장이
코스피와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거래소는 10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방안은 진단도, 처방도 틀렸다"고 규정했다. 정부는 모험자본이 순환되지 않는 원인으로 회수시장 비활성화를 꼽았지만, 경제규모나 해외증시와 비교할 때 코스닥은 충분히 활성화된 시장이라는 얘기다.
이동기 노조위원장은 "우리나라 GDP(2017년 IMF예상 1739조원)에서 코스닥 시가총액(7일 기준 246조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4.1%인데 중국 창업반(ChiNext)의 시가총액(940조원)은 중국 GDP(1경 3792조)의 6.8%로 코스닥의 절반"이라며 "코스닥은 시가총액, 상장기업 수에서 세계 3위 신시장인데 왜 정부는 코스닥 때문에 모험자본 회수가 어렵다고만 하나"고 반문했다.
투자할 기업이 마땅하지 않은데 자금만 먼저 모은 것부터 잘못이라는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2013년부터 조성한 성장사다리펀드 규모만 6조1000억원이 넘어섰는데, 이 중 지난해까지 실제 기업에 투자된 금액은 2조7000억원(44%)에 불과하다"며 "다른 중소기업 정책펀드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앞으로 10조원의 혁신모험펀드를 추가 조성하겠다고 밝힌 부분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코스닥 상장으로 조달된 자금 합계가 8조9000억원으로, 이전 5년간 조달자금인 4조5000억원에 비해 두 배 늘어난 수치다. 이 위원장은 "‘창조’나 ‘혁신’이란 명분으로 조성된 정책자금을 다 회수하려면 코스닥이 벤처캐피탈의 ATM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코스닥시장이기 때문에 질적인 면을 보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4년간 상장요건 완화로 493개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했는데, 이중 절반이 넘는 247개사(코스피 이전과 자발적 상장폐지는 제외)가 상장 폐지됐다"며 "지난 4년간 코스닥에는 291개 기업이 상장했는데, 코스닥 거래의 90%이상은 여전히 500만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권의 코드에 따라 공급확대(상장 활성화)와 공급축소(건전성 강화)만 되풀이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요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했더라면, 지난 20년 개인투자자 중심의 시장구조를 탈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또 상장요건 완화 등 활성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투자자 보호대책도 균형 있게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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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본부 간 내부평가와 보상을 금융위가 차별하겠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명백한 월권'이라고 정의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0년 코스닥 정책 실패의 근본원인은 금융위의 구조적 이해상충"이라며 "산업 활성화가 목표인 금융정책(엑셀)과 소비자보호를 지향해야 할 건전성 감독(브레이크),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기능을 금융위가 독점했다"고 꼬집었다.
거래소 경영진에 대해서도 "또다시 정권에 부역하며 시장과 조직을 팔아먹는 행위를 이젠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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