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내년 경제키워드는 소득+혁신주도 성장"
"소득 정책은 촘촘…혁신 정책은 울퉁불퉁해"
"일자리 창출 동급으로 혁신체제구축을 국정운영 중심에 배치해야"
잠재성장 하락, 가계부채 이은 韓 '회색코뿔소'
"위기를 알면서도 대비하지 않으면 화를 부를 것"


▲왼쪽부터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이준협 국회의장 정책기획비서관.

▲왼쪽부터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이준협 국회의장 정책기획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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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수출과 투자의 빈자리를 소비가 어떻게 채우는가에 따라 내년 경제 성장률이 결정될 것이다. 다만 수요축인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공급축인 혁신주도 성장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소득-소비 주도라는 한쪽 바퀴로는 오래 굴러가기 힘들다."

3일 서울 종로구 버텍스코리아에서 만난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 한국경제의 핵심키워드는 소득주도 성장과 또 하나의 축인 혁신주도 성장"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이 교수를 비롯한 경제전문가들은 올 한해 한국경제가 세계경제 회복세에 맞춰 같이 성장했지만 그 흐름이 '진짜 회복 시그널'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몇몇 정보기술(IT)ㆍ반도체 기업의 호황에 힘입은 착시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랜 화두인 저성장을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선 내년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금리인상의 현실화, 4차 산업혁명의 확장, 노동시장의 변화 등 내년에 예고된 다양한 경제이슈를 어떻게 헤쳐가는지에 따라 앞으로의 10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와 경제구조가 닮은 日…위기까지 닮을 것인가"=류덕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경제가 일본경제를 답습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경제시스템을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우리경제는 일본경제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부주도, 제조업 우위의 경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이중구조 등이 닮았다. 경제 흐름도 유사하다.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처럼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도 2000년대 이후 하락추세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기업이 보다 투자를 많이 할 수 있도록 하고, 새로운 기업이 더 많이 탄생할 수 있도록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류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가진, 성장성이 높고 효율적인 기업이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지 않으면 신규 투자 수요를 창출할 수 없고 하락하는 자본수익률도 개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따른 피해와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사회보장제도와 의료제도, 교육제도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동시에 개선돼야 한다고 봤다.


닮아야 하는 점도 있다. 류 교수는 이를 고용이라고 봤다. 그는 "일본은 공급이 더 많아 완전고용수준에 이르렀다"며 "은퇴세대가 빠지면서 그 자리를 젊은층이 메운 것인데 우리나라는 그 틈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이중고용 시장이 고착화된 반면 일본은 대·중소기업 간 초기 임금격차는 그리 높지 않다"며 "중소기업, 지방기업으로의 취직이 활발한 이유"라고 말했다.


◆"中의 비약·4차 산업혁명 도래는 기회이자 위협요인"=4차 산업혁명 시대를 적극 준비하고 있는 중국을 본받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교수는 중국과 한국은 청년부터 투자회사, 정부의 태도까지 많은 면에서 중국과 대조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경제의 양적 부분만이 아니라 기술적 부분에서도 한국을 제치고 앞서나가기 시작했다"며 "적시적소에 적절한 투자를 하지 않으면 중국은 우리에게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역시 우리에게 기회요인이자 위협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발선이 같다는 점에선 기회이지만 이미 선진국은 4차 산업혁명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겐 위협에 가깝다"며 "다만 국내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으로 보면 (둘다 시작단계라는 점에서) 중소·벤처기업에 더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4차 산업 중에서도 기술·규제측면에서 앞선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은 스마트시티, 그중에서도 스마트홈 분야나 스마트농업 분야에 강한 반면 중국은 공유경제, 모바일 결제 등에 강한데 틈새시장을 잘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잠재성장 하락, 가계부채와 함께 '회색 코뿔소'=전문가들은 가계부채에 이어 새로운 '회색 코뿔소'로 잠재성장 하락을 꼽았다. 회색 코뿔소는 경제학자 미셸 부커가 세계경제포럼에서 제시한 용어로, 위기가 오는걸 알면서도 대비하지 않다가 화를 부른다는 비유로 쓰인다. 이 교수는 "한국이 잠재성장 하락이라는 회색 코뿔소를 알고 있지만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잠재성장률은 2001년 5%에서 계속 하락해 현재는 반토막난 상태다. 이 교수는 자칫 1%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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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협 국회의장 정책기획비서관은 "올해 한국경제는 반도체가 이끌고 추경이 뒷받침한 불안한 형세"라며 "수출이 정말 예상할 수 없게 좋았지만 문제는 수출, 설비투자가 가계소득, 소비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가 2%대를 유지하는 것은 정부가 추경예산을 풀어서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이 비서관은 "내년은 소득주도와 혁신주도 성장 두 바퀴가 잘 돌아야 한다"며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성장이 어렵다"고 말했다. 소득주도 성장 바퀴는 크고 둥근 반면, 혁신성장 바퀴는 울퉁불퉁하고 조그맣다는 것. 이 비서관은 "일자리 창출과 동급으로 혁신체제구축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선 "혁신 정책이 미흡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소득주도 성장은 예산과 구체적 지원 정책 등으로 어느 정도 정책적 안정감을 가지고 있다면 혁신성장 바퀴는 아직 구체화되지 못했다"며 "다루기 손쉬운 정책, 포퓰리즘적인 정책들로 시간을 낭비하기 보단 어렵지만 꼭 해야만 하는 국내 산업의 혁신 역량을 키우고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매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 교수를 비롯한 경제전문가 30명은 내년 한국경제를 전망하는 '2018년 한국경제 대전망'을 출간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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