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부풀린 후 할인해주는 것처럼 속였다"
시민단체가 이통사·제조사 상대 소송 제기


법원 "공정거래법은 거래질서를 보호하는 것"
"소비자가 위자료 청구할 수 없다"며 기각

원고 "상식적으로 이해 안 돼" 항소하기로

휴대폰 값 부풀려 고객 기만…법원 "손배대상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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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후 할인해 주는 것처럼 속여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시민단체가 이동통신사와 휴대폰제조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에 따르면, 법원은 "공정거래법은 사업자의 이익 보호를 위한 법이지, 소비자의 정신적 손해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면서 "사업자가 아닌 소비자들은 공정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10월 26일 판결했다.


법원은 ▲통신사와 제조사가 담합하여 부풀린 휴대폰 가격이라 하더라도 가상의 가격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른바 백화점 사기 세일 사건과는 동일한 사안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


▲재산적 손해의 발생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재산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전제로 한 위자료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


▲통신사와 제조사가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후 할인해주었다고 하더라도 휴대전화 단말기 선택에 관한 소비자들의 선택권 또는 신뢰가 침해되었다고 인정되기에도 부족하다는 점


▲공정거래법은 사업자간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지 소비자들의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공정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소비자들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다"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는 "1심의 논거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즉각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공정거래법이 소비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아니므로 대기업들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대기업들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와 고등법원은 통신사와 제조사가 휴대전화 단말기의 가격을 부풀렸고, 이를 통하여 미끼성, 위계성 장려금을 조성하여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상술의 범위를 넘는 위계를 소비자들에게 행사하였음을 인정한 바 있다"며 "그러나 1심은 고등법원의 판결을 도외시한 채 위계로 인한 소비자들의 정신적 피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보호가 공정거래법의 주된 목적 중의 하나임은 공정거래법 제1조에서 명시하고 있는데, 1심 판결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단체는 절차상의 문제도 제기했다.


해당 사건은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관련사건의 결과를 보기 위해 재판의 연기를 요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5년간 재판을 진행하지 않고 중지됐었다.


참여연대는 "이후 사건을 새로 배당받은 1심 재판장은 불과 2개월여 만에 사건을 마무리할 의도로 증거신청을 제한하면서 무리하게 소송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의미와 실체에 대한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은 채 제조사와 통신사들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판결을 내린 것"이라며 판결의 내용뿐만 아니라 과정면에서도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원고는 항소 계획을 밝히며 "통신사와 제조사들이 보조금을 미끼로 통신소비자의 합리적 소비를 방해한 행위에는 엄정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과도한 보조금 경쟁이 아니라 통신요금?단말기 인하 경쟁이 이루어지는 투명한 통신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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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12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후 보조금을 지급하여 '고가 휴대폰'을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한 통신3사 및 휴대폰 제조3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453억30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통신3사와 제조3사의 이러한 행태에 대하여 책임을 묻겠다"며 시민 84명과 2012년 10월 10일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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