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공정위의 '셀프 적폐청산' 가능할까
[세종 =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이 있다. 남의 일 해결하기보다 제 일을 스스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셀프(self) 개혁'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말이기도 하다.
재벌과 기업들에게는 서슬 퍼런 칼을 휘두르는 '경제 검찰'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부 개혁에는 쩔쩔매는 최근 상황을 보면서 이 속담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공정위는 지난 6월 김상조 위원장의 취임을 계기로 "그동안의 과오를 반성하겠다"며 7월 바텀업(상향식) 방식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고, 2개월간의 논의를 거쳐 9월에 신뢰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퇴직자(OB)가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사건과 관련된 OB와의 사적 접촉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공식 발표에 앞서 국회에서 토론회까지 개최한데다, 김 위원장이 "스스로 뼈를 깎는 반성과 혁신의 각오로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공정위의 개혁 의지가 여실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국감에서 공정위 직원들이 OB 출신 로펌 전문위원, 대기업 대관 담당자들과 3개월간 공정경쟁연합회의 합숙 훈련을 받고 있었음에도 전혀 보고가 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공정경쟁연합회는 자본금 10억원, 거래액 100억원 이상 300여개 기업들이 회원사로 가입된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공정위와 여러 차례 유착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2개월간 준비했다던 신뢰제고 방안의 실효성은 물론, 김 위원장의 개혁 의지도 의심케 하는 사건이었다. 김 위원장은 국감장에서 의원들의 질타를 받고서야 "부적절한 사적 접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내부 규정을 만들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를 보완하겠다며 국감 다음 주인 지난달 24일 발표한 '외부인 면담 프로세스'는 또 다른 비판을 불러왔다. 대기업 대관 임직원과 로펌 변호사, 공정위 퇴직자가 공정위를 출입하려면 필수적으로 등록을 거쳐야 하는 '한국형 로비스트법'은 도입했지만,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청와대와 고위공직자의 외압을 막을 방법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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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지난 2012년 언론기고에서 공정위를 한국개발연구원(KDI), 문화방송(MBC)과 함께 '망가진 세 개의 조직'으로 꼽으며 개혁의 필요성을 시사한 바 있다. 특히 기관장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기고를 쓴 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OB에 대한 전관예우나 청와대 외압 등의 문제는 여전히 공정위의 주된 '적폐'로 꼽힌다. 기관장이 바뀌는 것만으로 해결될 성격의 문제는 아니다.
공정위는 박근혜 정부뿐만 아니라 매번 정부가 바뀔 때마다 '코드 맞추기'를 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이나 가습기살균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 공정위가 받고 있는 의혹도 모두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진정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도 공정위는 하루 빨리 청와대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묘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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