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생태계가 유니콘 키운다] <1>생후 5년 '죽음의 계곡' 넘어라
창업기업 1년차 생존율 62.4%, 5년차 27.3%로 급격히 감소
적기에 필요한 자금 공급 위해 금융 인프라 구축이 절실
M&A로 조기 자금회수 가능해야 회수 통해 재투자 할 수 있어
재도전 할 수 있는 시스템 필요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비상장기업 중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넘는 '유니콘' 기업. 상상속의 유니콘처럼 흔히 볼 수 없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른다.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은 180여개인데 중국 출신이 30개가 넘는다. 한국은 3개뿐. 왜 한국의 천재들은 창업하지 않으며 창업은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할까. '사'자가 들어간 직업이나 공무원 등 '안정'만 추구하는 세태 때문일까. 답은 바로 5단계 생태계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벤처 전문가들이 모두 갈망하는 이 생태계를 우리는 왜 구축하지 못했을까. 여러 원인이 꼽힌다. 그중 하나인 중소기업청 부처 승격은 이루어졌다. 벤처 생태계 구축에 필사적으로 나설 강력한 리더십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몫이다. 무엇보다 정권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은 기본 토양이다. 새 정부의 '바른경제' 국정과제와 일자리 창출에 반드시 필요한 창업ㆍ벤처생태계의 현실과 대안은 무엇인지 5회에 걸쳐 살펴본다.
건물설비ㆍ건축 전문 제조기업 한용산업. 1992년 창업해 25년 이상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매출 200억원대 강소기업이다. 주차설비업으로 시작해 건축분야까지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업체도 창업 초기에는 6개월 만에 자본금이 바닥날 만큼 어려운 고비를 겪었다. 특히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ㆍ중견기업들과의 경쟁이 치열했다. 그럼에도 25년 이상 사업을 유지할 수 있게 된 핵심 열쇠는 '초반 5년'에 있다.
이재한 대표는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5년을 버틸 수 있는 힘'"이라며 "창업 초기기업이 이런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극복하고 나면 그동안 쌓인 회사 인지도와 기술력ㆍ실적 등을 토대로 지속성장 기반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국내 창업기업 생존율' 자료를 보면 2013년 창업기업 중 1년차 생존율은 62.4%로 조사됐다. 2년차 47.5%(2012년 창업), 3년차 38.8%(2011년 창업), 4년차 31.9%(2010년 창업), 5년차 27.3%(2009년 창업) 등이다. 해가 지날수록 생존율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은 한국 창업기업들이 데스밸리 앞에서 고꾸라지는 사례가 매우 흔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창업 3년 생존율을 비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26개국 중 최하위인 25위를 기록했다.
창업기업이 데스밸리를 성공적으로 넘을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이는 창업에서 회수, 재도전 등으로 이뤄진 5단계 선순환 창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첫 단추다. 이정민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창업 환경 조성은 물론 성장 시기에 꼭 필요한 자금 공급을 적기에 해 줄 수 있는 금융 인프라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창업하고 성장하는 데 필수 요소는 투자 유치다. 특히 민간 영역에서 창업자 선별과 투자가 주도적으로 이뤄지고 정부는 규제완화 등 기반조성에 집중하는 방향이 가장 효과적이다.
중기부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은 2838개사에 달한다. 투자를 유치한 기업들은 약 3만개의 신규 고용을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창업 3년 이내 기업이나 청년창업 기업이 투자를 받은 경우 고용창출 효과가 월등했다. 창업 3년 이내 초기기업 237개사의 2016년 말 고용은 4550명으로, 2015년 말 2791명보다 1759명(63%) 증가했다.
한정화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중소벤처기업을 통한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민간투자 주도의 기술스타트업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며 "혁신과 도전정신을 일깨우는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고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상생협력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순환 창업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한 회수와 재투자도 중요하다. M&A를 통해 조기 자금회수가 가능해져야 벤처생태계가 클 수 있고 회수를 통해 재투자가 가능해진다. 혁신적 기술로 무장한 유망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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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도 창업 후 실패를 겪는다해도 그 비용이 창업자 개인에게 모두 전가되지 않고 재도전에 나설 수 있게 도와주는 시스템도 중요하다. 선순환 창업생태계 완성을 위한 마지막 단계다.
이정민 부소장은 "실패 경험이 있는 기업인들이 두려움 없이 재창업할 수 있는 안전망이 갖춰지면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의 의지도 강해지고 성공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원 중기부 재기지원과장도 "과거의 실수가 평생 재기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며 재기의 기회가 확대돼 재창업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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