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공백’에 제동 걸린 벤처 스타트업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공간 멸균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 민트인리치의 이승재 대표는 시름이 깊다.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내놓은 '혁신' 탓(?)이다. 이 벤처기업은 병균과 각종 미생물을 99.99% 제거하고 환경호르몬까지 감소시키는 장비와 서비스를 지난 9월 론칭했다. 병원ㆍ산후조리원ㆍ호텔 등에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멸균업'을 규정하는 법이 없다는 예상치 못한 장매물을 만났다. 이른바 '입법 공백'이다.
가장 유사한 '소독업'으로 등록하려 했더니 근린생활시설에 사무실을 두고 분무기 3대 이상을 보유해야 하는 조건이 붙었다. 결국 이 대표는 임의로 '멸균장비제조업'으로 사업자등록 하고 회사를 운영 중이다. 이 대표는 "입법 공백 상황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언제 어떤 일이 닥칠까 두려운 게 사실"이라며 "벤처 캐피탈들도 법ㆍ제도적 리스크 탓에 우리 회사에 투자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신기술, O2O(온ㆍ오프라인 연계)기반의 스타트업들이 입법 공백 상태에 빠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신기술을 무기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지만 '새롭다'는 것이 오히려 족쇄가 된 셈이다.
반려동물 택시서비스를 하는 O2O스타트업 펫미업도 마찬가지 상황에 처했다. 이 서비스는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이용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였으나 택시조합 등 이해관계자들의 민원이 이어지면서 불법 논란을 겪었다. 반려동물과 승객 같이 태우는 서비스 특성상 운수업에 포함돼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택시회사 등이 주장했지만 서울시 등 지자체에선 우선 '입법공백' 서비스로 결론냈다. 논란이 거세지자 벤처캐피탈의 투자 문의도 뚝 끊긴 상황이다. 장수익 펫미업 대표는 "새로운 O2O서비스에 대한 합법적 운영 가이드라인과 관리방안을 명확히 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전문가들은 각 산업별로 명문화된 법ㆍ규제 체계를 우선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소장은 "VR(가상현실)ㆍAI(인공지능)ㆍ드론ㆍO2O 등 신기술과 기존산업, 이종 산업이 합쳐지는 융합 생태계가 일어나는데, 단일 규제 하나하나를 고치고 손보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창업기업에게는 일정기간 규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발상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이 부소장의 주장을 제도적으로 '규제 샌드박스'라고 한다. 규제 샌드박스는 창업 5년 미만 기업에게 일시적으로 각종 규제적용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벤처기업협회ㆍ이노비즈협회 등이 중심이 된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올해 말 발표할 '벤처육성 5개년 계획'에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비롯한 신산업 육성정책을 정부와 국회에 제안하겠다는 계획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