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다양한 주택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청약규제와 대출제한으로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주택가격을 안정시켜 서민 주거권을 보호하고 사회 안전망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정책목표에 대해서는 많이들 동의하지만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주택문제는 도시화 과정에서 대부분의 나라가 겪어왔고 다양한 정책방안을 시도하는 대표적 사회문제이다. 우리나라도 과거 압축성장에 따라 발생한 심각한 주택문제와 싸워왔다. 본격적 도시재생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1기 신도시 건설이 주는 교훈을 되씹어볼 만 하다.
1기 신도시 계획은 1989년 서울 중심에서 20~25㎞ 떨어진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5개 지역에 4만~8만가구 규모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는 3저호황과 88 서울올림픽 특수를 맞아 경제가 급성장하는 시기였고 베이비 부머의 결혼으로 주거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때였다.
반면 주택공급은 절벽을 보인 시기였다. 시장 환경에 맞지 않는 주택 정책으로 분양가격을 토지비를 포함해서 평당분양가로 규제했기 때문에 민영주택 공급은 완전히 끊어졌다. 목동, 상계동 등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도 한계에 다다랐고 국가사업인 올림픽 선수촌 관련 아파트 사업도 미분양에 몸살을 앓았다. 주택부족으로 전세가가 폭등하고 급기야 전세 때문에 가장이 자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서울 주변에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신도시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1989년부터 약 7년여 동안 주택 30여만가구가 공급됐다. 수요를 초과한 공급이 지속돼 주택가격은 1991년 3분기부터 하락하고 1999년 IMF사태 이후 주택시장 활성화 정책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하향 안정화됐다.
1기 신도시는 계획도시로 기본인프라가 잘 갖춰져 주거 만족도는 높다. 아직도 살 만한데 뭘 그리 걱정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30여년 동안 우리 사회는 급변해 왔다. 갓 결혼해 1기 신도시에 신혼을 꾸몄던 베이비부머들이 이제 은퇴하고 그 자녀 세대인 에코부머들이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1990년 1인당 국민총생산은 6514달러에서 2016년 2만7533달러로 4배 이상 높아졌다. 가구당 인구수는 3.7인에서 2.6인으로 대폭 줄었다. 1기 신도시 도시재생을 통해 약 13만 가구의 주택을 추가로 지을 수 있는 잠재 효용가치를 생각해볼 때이다.
주택 시장의 본질적 문제는 수요자가 원하는 양질의 주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택지가 부족한 현실에서 주택시장 안정화의 대표 아이콘인 1기 신도시가 30년이 지나 도시재생으로 다가오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넛지' 이론에 따라 1기 신도시의 재생에 따른 주택공급정책은 괜찮은 집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켜 주택시장 참여자를 진정시키는 즉효 약이 될 수도 있다.
집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4베이 아파트가 일반화되고 가변형 벽체로 방을 늘리고 줄일 수도 있다. 강소주택이 붐을 일으키고 집으로 휴가를 떠나는 스테이케이션도 유행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정보통신기술(ICT) 시대에 와 있다. 지난 30년동안 사회는 많이 변했지만 앞으로 30년은 상상이 어렵다.
도시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인 시대를 맞아 1기 신도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우리 미래가 달려있다. 제1 외곽 순환도로와 GTX로 연결해 하나의 초연결 도시로, 제대로 된 스마트 시티로 만들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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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옛것을 연구해 새로운 것을 아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을 강조했다. 30년 전 신도시 건설로 주택시장안정을 이뤘던 지혜가 도시재생시대에 하나의 실마리로 다가온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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