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춘 은마]백전백승 서울시… "아파트 50층은 없다"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가 강경하던 은마의 고집마저 꺾었다. 당초 주거생활지에 50층을 지으려던 잠실주공5단지가 종상향으로 우회하고 공공성이 부족한 재건축 사업지의 정비안이 줄줄이 보류됐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백전백승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은마아파트의 이번 재건축 층수 조정으로 서울시내 초고층 아파트 건립은 사실상 봉쇄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주민들을 중심으로 50층 계획을 갖고 있던 압구정 한강변 아파트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잠실주공5에 이어 은마아파트 발목을 잡은 것도 서울시의 '2030서울플랜'이다. 2014년 서울시가 발표한 2030서울플랜은 주택, 공원, 교통 등 조성계획을 담은 최상위 도시계획이다.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입지 및 용도별로 건물 높이 관리 기준을 담고 있다.
핵심 내용은 서울시 주거지역의 건물 높이를 최고 35층으로 제한한 대목이다. 남산과 한강 조망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다. 다만 도심 및 광역중심 지역은 상업 또는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을 거쳐 50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있다. 한양도성(광화문)·영등포(여의도)·강남이 3도심, 용산·청량리왕십리·창동상계·상암수색·마곡·가산대림·잠실이 7광역 중심이다. 각 지역별 특화기능에 부합하는 시설을 포함해야 초고층 건물을 건립할 수 있다.
앞서 잠실주공5단지가 50층을 찍을 수 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높이의 경우 '제3종일반주거지역 35층 이하·준주거지역 50층 이하'라는 2030서울플랜의 상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다. 이곳 조합은 광역중심 기능 도입을 전제로 잠실역 사거리 인근 부지를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해 최고 50층짜리 주상복합·오피스 등 초고층 건물을 짓는 방안으로 선회했다.
그동안 이 규제에 발목을 잡혔던 단지들도 적지 않다. 현재 재건축 정비를 끝냈거나 진행 중인 서초구 반포·잠원동 일대 한강변 단지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층수를 최고 35층 이하로 결정했다.
역대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으로 꼽혔던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역시 당초 45층 높이로 재건축을 계획했다가 서울시 심의에 부딪혀 35층으로 낮췄다. 특히 반포주공1단지는 은마아파트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던 곳이다. 은마아파트 49층 정비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자신들도 45층 재건축을 재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줄곧 밝히기도 했다.
잠실지구 대표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진주아파트, 미성·크로바아파트도 35층 층수 제한을 수용한 뒤에야 서울시 건축심의 문턱을 넘었다. 신반포14차와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역시 최고 45층을 짓겠다는 계획안을 내놨지만 결국 서울시 도계위에서 보류 판정을 받았다.
은마아파트가 35층으로 꿈을 접으면서 다음 관심은 압구정 재건축 단지로 몰리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압구정 일대 지구단위계획을 발표하며 주거시설 최고 높이를 35층으로 제한했지만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평균 45층 높이의 재건축을 원하고 있다. 당시 주민공람 과정에서 소유주 80% 이상이 반대 의견을 서울시에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압구정 재건축 단지는 초고층 계획이 논의되기도 전에 교통영향평가 단계부터 조율이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5월 심의에서도 위원회는 2시간여 논의 끝에 교통과 토지이용계획 등에 관한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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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압구정역 오거리를 사거리로 바꾸는 랜드마크존 계획은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는 당초 준주거지역 용도지역으로 종상향을 해 눈에 띄는 디자인의 40층 주상복합 등이 들어서도록 할 계획이었지만 일부 주민들이 종상향으로 공공기여 비율이 올라가는 점에 부담을 느껴 공람 과정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가운데 초고층 요구가 가장 거세던 은마아파트마저 서울시 규제에 따르기로 결정하면서 초고층 정비계획을 수립 중인 나머지 사업지들도 줄줄이 변경 신청에 나설 것"이라며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에 부합한 계획안만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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