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1년]모두가 기록하고 찍었다…1700만 시민의 '기억'
지난해 10월29일 3만명으로 시작, 6차 집회때 전국 232만명…시민들이 바꾼 세상·평범한 시민 5인의 이야기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1685만2360명. 촛불집회를 주최한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 최종 집계해 발표한 23차례 촛불집회 참가자 추정 숫자다. 지난해 10월29일 1차 촛불집회에 모인 3만명이 불과 2주만에 100만명(11월12일·3차 집회)으로 다시 3주만에 전국적으로 232만명(12월3일·6차 집회)으로 불어났다.
1차 촛불집회 이후 1년이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됐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시민들은 일상으로 복귀했다.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평범한 5명 시민들에게 그날의 기억과 1년을 맞는 소감을 물었다. 그들 마음속에서 촛불집회의 기억을 꺼내 보았다.
▲이준석(39·경복궁역 인근에서 부동산업)
이씨는 광화문 근처에서 태어나 자랐고, 일을 하고 있다. 그에겐 집회가 익숙하다. 그러나 촛불집회는 생경했다. 평화시위가 정착했고, 경찰들도 부드러웠다. 서로 챙겨주고, 청소까지 하고 가는 시민들이 신기했다고 한다.
“예전 집회 때는 경찰이나 군대 등과 부딪혔던 기억이 나는데 지난해 촛불집회에는 경찰에게 음료수, 빵, 과자 등을 사다주고 안 받으려고 해도 앉아 있는 자리에 놓고 가는 모습을 봤다. 자식처럼 생각하고, 친구 생각해서인지 그런 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 몇 년 전에는 같은 장소(경복궁역 앞)에서 경찰이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엔 전혀 그런 것 없이 평화시위로 진행돼 비교가 됐다. 축제분위기처럼 진행됐다는 점도 기억에 남는다. 집회 끝나고 깨끗하게 청소하고 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강명진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
“벌써 1년이 지났나 싶기도 하고, 아직 1년 밖에 안 지났나 싶기도 하다. 길지 않은 기간 속에서 우리 사회는 억눌려왔던 변화의 욕구가 강하게 분출됐고, 이는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큰 흐름을 이루었다. 이렇게 급격한 변화를 이루어야 할 만큼 내재된 문제가 많았던 사회라는 점이 조금 씁쓸하기도 하지만, 시민사회는 억누르고 강제한다고 부서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지난 1년은 중요한 기록으로 또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 시민들의 목소리와 사회변화와 참여에의 욕구였다. 어찌 보면 하나의 사건으로 촉발된 촛불이었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이기에 다양한 방법과 다양한 욕구가 드러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도 같다. 현장에서의 목소리로, 다양한 명칭과 깃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목소리로 많은 분들이 각자의 방법을 통해 촛불에 참여했고 그 안에 함께 나부끼던 무지개 깃발 역시 잊혀 지지 않는 기억이다.”
촛불집회엔 여러 시민들이 참여해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박 전 대통령 퇴진·탄핵뿐 아니라 “이게 나라냐”로 대표되는 현재 우리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지적들이 이어졌다. 성소수자 문제도 주요하게 다뤄진 이슈다. 또 촛불집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여성혐오나 성소수자 비하 발언이 나왔을 때 시민들이 겪은 갈등과 논의의 과정도 촛불집회를 이끈 근간이 됐다.
▲이준혁(31·시민단체 활동가)
이씨는 촛불집회 참여 단체 중 한곳에서 일했다. 그에게 촛불집회는 그가 참여했던 여느 집회와는 차원이 다른 집회로 기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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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이 됐나 하는 생각이다. 시민단체에서 일하면서 여러 집회 등에 가봤지만 촛불집회만큼 많은 시민들이 모인 걸 본 적이 없다. 시민들도 그렇고 나 같은 사람에게도 그렇고 무언가 ‘자신감’을 안겨줬던 게 촛불집회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지만 약간 아련한 느낌도 난다. 집회 스태프하랴 유인물 만들랴 엄청 바빴긴 했지만. 그래도 일생에서 한 번은 더 경험하고 싶은 순간들이다.”
“많은 시민들이 기존 단체들을 패러디해서 나오곤 했다. ‘민주묘총’이라든지. 그런데 어느 날 촛불집회 시작 전에 공공운수노조와 여기를 패러디한 ‘새우만두노조’가 같이 집회를 하더라. 평소에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도 시민들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기획으로 같은 자리에 모이니 신선했다.”
▲30살 대학원생 최모씨
대학원생인 최씨는 ‘정의는 승리한다’는 한마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개인 자격으로 참가해 촛불을 들었던 그는 “1년보다 더 오래전 일 인 것 같다. 벌써 잊혀 지는 듯한데 돌아보면 아직도 진행 중인 이야기이고 어서 결론이 났으면 한다. 광화문 앞에서 남녀노소할 것 없이 한마음 한뜻으로 시위에 나섰던 모습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짧은 소감을 전했다.
▲광화문 인근 회사에 다니는 A(34·여)씨
A씨는 5개월여 동안 진행된 촛불집회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 본 사람 중 한명이다. 그의 직장이 광화문 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빌딩 숲 사이에 놓인 광장에 매일 시민들이 모이는 모습을 지켜봤다. A씨는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1년 전의 집회가 엊그제 같다. 국민들의 염원이 담긴 촛불집회를 통해 정권이 바뀌었고, 촛불집회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더 심화시켰다고 생각한다.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대학생이 차량에 올라타 구호를 외치고 있던 장면이다. 대한민국의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외치며 광장에 함께한 사람들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민주주의 위기에 희망을 제시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흑’을 거둬내고 ‘백’을 지향할 수 있는 사회의 나침반이 되는 역사적 사건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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