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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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음악 역사상 자국을 넘어 세계를 매료시키고 전설로 남은 여가수들이 있다. 프랑스의 에디트 피아프, 미국의 재니스 조플린 그리고 브라질의 엘리스 헤지나가 그들이다. 세 인물의 공통점은 불우한 유년시절을 극복하고 성공신화를 이루지만 결국에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다는 점과 자국의 음악을 기반으로(피아프는 샹송, 조플린은 블루스, 헤지나는 보사노바) 국제적인 명성을 떨쳐 세월이 흐른 현재까지 꾸준히 회자되고 여러 매체를 통해 그녀들의 음악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이미 재니스 조플린을 모티브로 만든 베트 미들러 주연의 영화 '더 로즈(1979)'와 에디트 피아프의 전기를 다룬 마리옹 코티아르 주연의 '라 비앙 로즈(2007)'가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명작의 반열에 올랐기에 다음 달 개봉을 앞둔 브라질 영화 '엘리스 헤지나' 역시 음악영화 팬들과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반가운 작품이다. 헤지나는 1945년에 태어나 1982년 서른여섯 살을 일기로 요절할 때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고, 브라질 대중 음악사에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인물이다.

 영화는 열아홉 살 난 헤지나가 가수의 꿈을 안고 아버지와 함께 대도시 리우데자네이루를 향하는 버스 안에서 시작한다. 창밖의 풍경을 음미하는 그녀의 눈빛에는 희망만 가득해 보인다. 그러나 도시에서의 삶은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녹록치 않을뿐더러 가수가 되기 위한 도전은 시골 출신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며 번번이 좌절된다. 급기야 그녀의 꿈을 지지하던 아버지조차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설득하지만 그녀는 열정과 당돌함을 앞세워 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는 기회를 얻어 내고 밑바닥 생활부터 차근차근 경력을 쌓게 된다.


 마침내 그녀의 호소력 넘치고 폭발적인 가창력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게 되고, 기획사 대표의 도움으로 출연한 텔레비전 노래 경연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브라질의 국민가수로 거듭나며 승승장구한다.

[배연석의 Cine Latino]엘리스 헤지나 원본보기 아이콘

 그러나 영화는 가수로서의 성공 이면에 있는 그녀의 어두운 부분도 묘사하고 있다. 두 번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한 헤지나가 "조국이 고릴라들에게 지배당하고 있다"는 인터뷰를 한 다음 군부 정권의 탄압에 시달리고 결국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 당국의 강요로 스타디움 쇼에 나가 브라질 국가를 부르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 공연이 좌파세력의 엄청난 분노를 사고 팬들마저 공연장에서 그녀에게 야유를 퍼붓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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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목소리로 삶을 예찬했지만 쓸쓸한 최후를 맞는 엘리스 헤지나의 감정변화를 연기한 배우 안드레이라 오르타(35세)는 브라질 개봉 당시 생전의 헤지나를 100% 재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래하는 모습과 퍼포먼스, 트레이드마크였던 미아 패로의 쇼트커트 헤어스타일, 심지어 웃는 모습까지 엘리스 헤지나가 살아 돌아온 느낌을 받았다며 관객들과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엘리스 헤지나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아니 그녀의 음악을 모르는 이들에게도 영화에 넘쳐나는 음악(OST)을 감상하는 일은 즐거운 경험이다. 헤지나의 대표곡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3월의 물(Aguas de Marco)'과 브라질의 국민가요가 된 '우리나라처럼(Como nossos pais)', 브라질 군부정권이 종식되는 1980년대 초까지 정치범 사면 운동노래로 불린 '술 취한 사람은 곡예사(O bebado e A Equilibrista)' 등 흥겨운 보사노바 뿐 아니라 새로운 브라질 스타일 음악의 시작을 알린 'MPB(Musica Brasilera Popular-Brazilian popular music)'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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