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농대가 말하는 연소득 9000만원의 진실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취업 시즌이 되면 졸업생들은 각종 구직 사이트에 접속해 기업의 정보를 캔다. 이 중 구직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단연 '연봉'이다. 직업과 직장의 가치를 재단하는 올바른 잣대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여전히 연봉은 취업 전선에서 수치로 드러나는 명확한 성과지표다.
한국농수산대학(한농대)이 개교 20주년을 맞아 25일 배포한 자료에 의무영농기간 대상자인 졸업생들의 연소득 '9000만원'이 자랑스럽게 언급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농업으로 창업의 꿈을 키우라'고 대학이 백날 홍보해봤자 월 720만원(연소득 환산)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숫자보다 학생 유치 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다. 한농대는 지난 3월에도 졸업생들의 연소득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직장인 10명 중 4명이 200만원도 못 번다는 통계청 자료가 나왔다. 수치만 놓고 보면 한농대 졸업생의 연소득이 농가(3722만원), 도시근로자(5779만원)보다 각각 2.4배, 1.6배 높다.
구직 중인, 진로를 고민 중인 청년들이 보면 혹할 이야기다. 하지만 연소득 9000만원이라는 숫자에는 함정이 있다. 일단 기준이 의무영농기간 대상자 1896명의 '가구'당 소득이다. 한농대 관계자는 "사실상 2.5명의 소득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그렇다면 1896명 중 순수하게 창업한 졸업생은 몇 명이나 될까. 부모에게 물려받았거나 부모와 함께 농업에 종사하는 협농, 승계농 졸업생 수가 991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창업농 졸업생 수는 390명이었다. 부모의 도움 없이 오로지 혼자 힘으로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기르는 졸업생은 승계농·협농의 3분의1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농업' 하면 청년들은 으레 농사일로 검게 탄 얼굴, 장시간 노동, 저소득 등을 떠올린다. 귀농, 귀촌이 늘었다지만 농업을 평생 직업으로 삼는 청년 수는 여전히 적다. 이런 점에서 한농대의 고소득 창출 소식은 반갑다. 하지만 자칫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에게 9000만원이라는 수치는 '고소득'이 강조된 장밋빛 미래만 심어줄 수 있다. 한농대가 학생 유치를 위해 농촌의 현실은 쏙 빼놓고 9000만원만 일부러 강조한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정확한 소득과 더불어 묵묵히 영농의 꿈을 일구고 있는 청년들의 훈훈한 이야기를 널리 알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