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주 세종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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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교통공사 사장실에 봉투 하나가 도착했다. 봉투 속에는 100만원과 손 편지가 들어있었다. '서울 지하철 사장님께'라는 제목의 편지에는 '다섯 살 이전에 입은 화상으로 왼손가락 전체가 장애가 되어 살고 있습니다'라며 '그때부터 지하철 무임승차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라고 소개했다. 본인이 장애진단을 받아 합법적으로 무임승차를 한 데 대한 미안함이 묻어있었다. 그는 본인이 73세라고 밝혔다.


장애인복지법은 등급에 상관없이 장애인이면 대중교통을 무료로 탈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장애등급 1~3등급은 동행하는 1인까지 무임승차할 수 있다. 노인복지법 등 관련법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5·18유공자, 특수임무유공자 등도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다. 이들 가운데 압도적으로 많은 무임승차자는 65세 이상 노인이다.

서울 지하철 1~9호선의 지난해 당기순손실 3917억원 가운데 법정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은 92.5%(3623억원)에 이른다. 2012~2015년에는 무임승차 손실 비중이 70%대였다. 노인 무임승차가 2887억원으로 가장 많고 장애인 686억원, 유공자 50억원 순이었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도시철도 구간 무임승차 손실은 정부 예산으로 보전해주고 있다. 2015년에만 예산 4812억원을 대줬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644만명으로 전체 인구에서 12.7%를 차지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이 수치가 2045년에는 1818만명으로 늘어나고, 비중도 35.6%로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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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정감사에서 무임승차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의 발언이 논란에 휩싸이자 기재부는 곧바로 "기재부가 무임승차 연령대 상향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지하철 등의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다양한 방안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향후 관계기관과 함께 협의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민감한 문제여서다.

지난달 21일 도시철도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도시철도(지하철) 무료승차로 인한 손실을 중앙정부가 보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혈세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지자체가 포퓰리즘 복지정책을 펼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1984년 지하철 무임승차제도가 도입된 지 33년이 지났다. 이제는 손볼 때가 됐다.


조영주 경제부 차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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