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북카페]讀·讀·讀 … 노벨의 노크, 활짝 열린 서점
이시구로 '남아 있는 나날' 등 472배 판매 증가
어려운 내용 SF와 판타지로 풀어내 인기몰이
탈러 '넛지' 등 3종 75배 늘어 온오프서 상위권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올가을 서점가에서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쓴 책들에 대한 관심이 어느 해보다 뜨겁다. 지난 5일 가즈오 이시구로(63)가 노벨문학상, 10일 리처드 세일러(72ㆍ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는 소식 이후 국내에서 출간된 이들의 책 판매량이 순식간에 껑충 뛰었다. 노벨위원회가 2015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저널리스트)와 지난해 밥 딜런(뮤지션)에 이어 3년 만에 소설가를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그의 작품을 찾는 독자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세일러의 경우 2009년 국내에 발간돼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넛지'의 저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 화제가 됐다.
수상 직후 지난 5일부터 17일까지 13일간 이시구로의 도서(9종)는 교보문고에서 수상 전 동기간 대비 판매가 194.6배, 예스24에서는 472배 상승했다. 또 10일부터 17일까지 8일간 세일러의 도서(3종)는 교보문고에서 수상 전 동기간 대비 판매가 75.1배, 예스24에서는 50배 증가했다. 출판사 민음사 측은 19일 "문학상 수상 이후 이시구로의 도서 일곱 권에 대해 2주간 총 11만권을 추가 인쇄했다"면서 "수상 이전 총 누적 판매량이 4만권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수요가 단기간에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저자의 책들은 추석 기간은 물론 연휴가 끝난 지 2주가량 지난 지금까지도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가에서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하며 식지 않은 열기를 보여주고 있다. 조선영 예스24 도서1팀장은 "두 수상자 모두 국내 독자에게 친숙한 저자라는 점에서 다른 노벨상 수상자과 비교해 반응이 뜨겁다"고 했다.
아시아경제는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팔린 책을 대상으로 베스트셀러 순위를 매겼다. 교보문고ㆍ예스24ㆍ알라딘 등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의 판매량 순위를 참고하되 본지 문화팀 기자들의 평점을 가산, 종합점수를 집계했다. 이시구로의 소설 '남아 있는 나날'이 현재 1위, 이기주의 에세이 '언어의 온도'와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이시구로의 또 다른 소설 '나를 보내지 마', 세일러와 캐스 선스타인이 함께 쓴 '넛지'는 각각 4위, 10위에 올랐다. 장르별로는 소설 네 권, 경제ㆍ경영, 시ㆍ에세이 분야 각 두 권, 인문, 가정ㆍ육아 서적이 각 한 권씩 10위 안에 들었다. 지난달 배우 설경구 주연의 동명 영화로 개봉된 김영하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과 문재인 대통령 추천도서로 화제를 모은 '명견만리: 정치, 생애, 직업, 탐구 편'은 각각 6위, 9위에 머물렀다.
이시구로의 소설 '남아 있는 나날'의 원제는 '더 리메인즈 오브 더 데이(The Remains of the Day)'로 손은경씨가 번역했다. 영국 귀족의 장원을 자신의 세상 전부로 여기고 살아온 남자 스티븐스의 인생과 그의 시선을 통해 가치관의 대혼란이 나타난 1930년대 영국의 격동기를 묘사한 작품이다. '나를 보내지 마'의 원제는 '네버 렛 미 고(Let Me Go)'로 김남주씨가 번역했다. 1990년대 후반 영국, 외부와의 접촉이 금지된 기숙학교 헤일셤을 졸업한 뒤 간병사로 일하는 캐시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된 클론들의 사랑과 성, 슬픈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이시구로의 책을 찾는 주요 독자층은 20~40대다. 지난 5~17일 교보문고에서 판매된 이시구로의 도서 아홉 종의 성ㆍ연령별 구매 비중을 살펴보면 30대가 30.2%(남 9.2%ㆍ여 21.0%)로 가장 높았고 이어 40대가 26.2%(남 11.2%ㆍ여 15.0%), 20대가 15.6%(남 4.7%ㆍ여 10.9%)를 차지했다. 이어 50대 16.6%(남 8.1%ㆍ여 8.5%), 60대 이상 10.7%(남 7.1%ㆍ여 3.6%)의 순이었다. 남녀 전체로는 여성 독자가 59.4%로 남성(40.6%)보다 많았다. 같은 기간 예스24에서는 30대 독자 비중이 41.0%(남 23.0%ㆍ여 18.0%)로 가장 높았다. 이어 40대 32.0%(남 11.0%ㆍ여 21.0%), 50대 14.0%(남 7.0%ㆍ여 7.0%), 20대 9.0%(남 3.0%ㆍ여 6.0%)의 순으로 집계됐다. 교보문고와 마찬가지로 여성 독자 비중이 54.0%로 남성(46.0%)보다 높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은 대체로 난해하다는 편견을 갖기 쉽다. 그럼에도 20대를 비롯한 젊은 독자들까지 끌어들이는 비결은 뭘까.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한국문학번역원장)는 "이시구로의 작품은 진지하고 지적인 느낌이 강해 쉬운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공상과학소설(SF)과 판타지 기법을 활용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시구로가) 영국 작가이긴 하지만 일본 태생으로서 동양적이면서도 영국과 유럽의 현실을 잘 조화시킨 작품을 써냈다"면서 "소설 '남아 있는 나날'은 20세기 문명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작품의 배경은 영국이지만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적용되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어 감동적"이라고 했다.
순위권에 포함되지 않은 이시구로의 책으로는 '녹턴' '파묻힌 거인'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 '창백한 언덕 풍경' '우리가 고아였을 때'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 1' '작가라는 사람. 1' 등이 있다. 세일러 교수의 책은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승자의 저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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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기반 독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서점 커넥츠북은 북 커넥터 '책읽찌라'와 함께 노벨문학상을 주제로 수상자의 대표작 등 다양한 스토리를 동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독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구환회 인터넷교보문고 소설 담당 상품기획자(MD)는 "국내 독자들에게 친숙한 언어권인 영미 소설가의 수상은 2007년 도리스 레싱 이후 10년 만"이라면서 "작가의 책 대부분이 시리즈로 소개돼 있어 이시구로 작품의 인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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