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에티켓(Etiquette)은 프랑스어에서 온 거니까 프랑스어와 동일한 스펠링이다. 불한사전에는 '상표'나 '꼬리표'라는 뜻과 '예의범절' 두 가지로 나온다. 독일어는 에티케트(Etikett), 이탈리아어는 에티케타(Etichetta), 스페인어는 에티케타(Etiqueta)로 표시된다. Etiqueter(에티크테)란 말은 "꼬리표를 붙이다", Etiqueteur(에티크퇴르)는 "꼬리표를 다는 사람"이란 뜻이다. 기타 독일어, 스페인어 등 유럽 언어 모두 이런 뜻이다.
원래 에티켓은 팻말이나 꼬리표의 뜻이었는데 루이 14세 때 그 뜻이 예의범절의 뜻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유럽 최고의 궁전인 베르사유 궁이 완성되었지만 당시는 화장실이 없어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궁 안에 사는 사람들 모두 정원에 볼일을 봤던 시기다. 가장 골탕 먹는 사람들이 정원사인지라 정원에 'XX 금지'라는 팻말(에티켓)을 세웠다. 그러나 화장실이 없으니까 결과는 별 볼 일이 없었다.
이래서 정원사는 왕에게 청원을 하기에 이르렀고, 왕도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지라 부하를 모아 놓고 "모두들 에티켓대로 하라!"는 명령을 내리게 되었다. 이때부터 에티켓이 예의범절을 의미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그래서 에티켓은 주로 금기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에티켓은 지켜야 할 도리가 된다.
반면 Manner(매너)는 라틴어 Maus(손)와 Arius(방식)의 합성어로서 몸가짐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보통 "매너가 좋다. 혹은 나쁘다"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와인 좀 안다는 사람들을 보면 에티켓을 지키는 사람은 많아도 매너 좋은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와인 마시는 법이라면서 글라스의 볼을 잡으면 체온 때문에 온도가 올라간다고 반드시 가지를 잡아야 하고, 글라스를 기울여 색깔을 감상하고, 바로 마시지 말고 입안에서 와인을 머금고 돌려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후루룩 쩝쩝 짭짭" 요란스럽기 그지없다.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는 조금도 찾아 볼 수가 없다.
과연 와인 마시는 법이란 게 이런 걸까. 매너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일까.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잘난 척하는 재미로 와인을 배운 사람들이다. 그리고 와인을 마실 때는 몸에 밴 바르고 깔끔한 매너도 중요하지만 어떤 와인이나 음식이 나왔을 때는 그에 얽힌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해박한 지식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샹베르탱(Chambertin Clos de Beze)'이란 와인이 나왔다면 "이 와인은 나폴레옹이 가장 즐겨 마시던 와인으로 전쟁터에 나갈 때마다 가지고 다녔으며 모스크바를 점령하고 크렘린에서 이 와인을 마셨는데, 나중에 워털루 전쟁에서는 이 와인을 준비하지 못해서 패배했다더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나는 그 자리의 주인공이 된다. 이렇게 자리의 주인공이 되려면 매너보다는 와인의 속성을 먼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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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속성은 모르고 격식만 알고 있을 경우 외국에 나가서 우리나라 와인 책에 나온 대로 와인글라스의 가지를 잡고 기울여 색깔을 감상하고 글라스를 흔들어서 향을 음미하며 입안에서 혀를 굴려 마시다가, 옆 사람이 한국에서 온 와인전문가인 줄 착각하고 그 와인에 대해서 묻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차라리 와인을 잘 모르는데 설명을 해달라고 하면 옆 사람은 신이 나서 친절하게 설명을 잘 해줄 것이다. 어떤 쪽이 매너가 더 좋다는 말을 들을까. 생각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수많은 기업이나 단체에서 와인을 매너 위주로 교육을 하고 있지만 크게 잘못된 것이다. 좋은 와인이나 음식이 나왔을 때는 그 맛과 향을 감상하고 서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며 그에 얽힌 역사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해박한 지식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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