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사각지대 논란⑤]'주세 특혜' 수입맥주…규제 틀 갇힌 국산맥주는 성장 뒷걸음질
'더 많은 세금 부과' 국산맥주에 대한 역차별
'알맹이 없는 주세법 개정'…쏙 빠진 국산 맥주 세재 혜택
수입맥주 올해 3억달러 육박…하이트진로 가동률 낮아 공장 매각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매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수입 맥주 규모가 올해 3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산 맥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는 주세법이 수입 맥주에 유리한 구조 탓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7일 관세청에 따르면 2013년 8965만달러, 2014년 1억1169만달러, 2015년 1억4186만달러, 2016년 1억8156만달러를 기록했던 맥주 수입액은 올해 7월까지 총 1억4392만달러를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51% 성장했다. 이는 2001년 이후 16년래 최고 성장률이다. 맥주 성수기가 시작된 지난 7월에만 2354만달러가 수입돼 전년 동월 대비 63%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남은 기간 수입액이 더욱 늘어 연간 총 3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수입 맥주는 올 들어 7월까지 와인과 양주를 제치고 사상 처음 수입 주류 1위를 차지했다. 수입맥주의 이 같은 성장에 대해 업계는 국산 맥주 대비 유리한 세율과 다양한 할인행사를 꼽았다.
현행 주세법에 따르면 국산 맥주나 수입 맥주 모두 주세율은 72%로 같지만, 세금을 붙이는 기준인 과세표준이 다르다. 수입 맥주는 수입원가에 과세만 더한 가격에 세금을 매긴다. 반면 국산 맥주는 판매관리비, 영업비, 마케팅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 출고 가격에 맞춰 세금을 매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맥주에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맥주업계는 이를 두고 국산 맥주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꼬집는다"면서 "수입 맥주는 유통마진을 조절해 소비자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마트에서 할인행사가 가능하고, 수입 원가를 아예 낮춰 신고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적게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수입한 맥주와 국내 생산 맥주의 판매가격이 같을 경우 붙는 세금의 차이가 최대 20%에 달한다고 본다.
게다가 지난 8월 발표된 주세법 개정안도 알맹이가 쏙 빠졌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가격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주세과세 체계(종가세)를 술 도수에 따라 부과하는 종량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 대비 높은 세금이 적용된 국산 맥주에 대한 세재 해택마련도 필요하고, 진짜 영세한 업체들이 제품을 유통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산 맥주가 '규제'에 꽁꽁 묶이다보니 업체들도 위기를 타개할 전략을 추진중이다. 오비맥주는 국내 생산하던 버드와이저와 호가든을 올해부터 외국산으로 들여오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같은 제품이어도 국내 생산 제품보다 수입산을 선호하는 데다 세금도 수입 제품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운영 중인 3개 맥주 공장(강원·전주·마산) 중 1곳을 내년 상반기까지 매각한다고 밝혔다. 수입 맥주 등 시장경쟁 악화로 인한 맥주부문 실적부진과 공장가동률 하락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맥주부문의 실적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지속해오고 있다. 하이트진로 맥주 부문 영업손실은 2014년 225억원, 2015년 40억원, 지난해 217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434억원을 기록해 누적 적자규모가 1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맥주 공장 가동률도 44%로 절반이하 수준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주세법이나 각종 유통구조가 수입 맥주에 유리하기 때문에 수입 맥주 매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국내 맥주 산업이 도약하려면 주세법 개정을 통한 동등한 환경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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