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이상 집 밖에 안 나오는 청소년 10만~30만명...정부, 지원은 커녕 통계 조사도 안 해...각종 범죄 원인, 복지 부담, 가정 파괴 등 심각한 문제...전문가들 "따뜻한 관심, 사회복귀 돕는 시스템 필요"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출처=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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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추석에도 혼자 있겠다는 당신의 자녀, 혹시 은둔형 외톨이?"


최근 들어 학교 폭력이나 청년 실업 심화 등으로 취학ㆍ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채 장기간 집밖 출입을 하지 않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단순히 '은거' 수준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가정의 파괴, 노동력 상실ㆍ복지 부담 증가, 강력 범죄의 원인이 되는 등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정확한 실태조사 조차 진행되거나 정부의 지원책도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은둔형 외톨이란?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친구가 하나 또는 아예 없이 3개월 이상 집밖 출입을 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일본의 '히키코모리'는 6개월 이상으로 정의된다. 여인중 동남정신과의원 원장에 따르면, 보통 남자가 월등히 많아 70~80%를 차지한다. 실제 2011년 서울 경기권 25세 이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남성이 75.6%를 차지했다. 보통 20대 초반을 전후로 한 청년들이 많다. 여 원장은 지난달 7일 서울시의회 토론회에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내원한 은둔형 외톨이를 조사해보니 평균 22세, 은둔기간은 평균 45개월이었다"고 말했다.

▲왜 발생하나?


여 원장은 은둔형 외톨이의 원인으로 지능ㆍ정신적 장애ㆍ우울증 등 심리적ㆍ생물학적 원인 외에도 사회적ㆍ시대적 흐름의 변화가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우선 가정 환경의 경우 핵가족화된 가정에서 부모의 과잉 보호ㆍ통제, 모자 밀착 등 부적절한 양육태도로 인해 의존적이며 미성숙하고 이기적ㆍ자생력이 없는 유약한 아이들이 양산된다. 이들은 자라면서 학교 생활ㆍ친구 사귀기ㆍ학업 경쟁 등에서 실패해 쉽게 좌절해 은둔자가 된다.


사회적으로는 왕따 등 학교부적응, 청년 실업 증가, 인터넷 게임 문화의 발달 등이 꼽힌다. 왕따, 은따, 학교 폭력의 희생자들 중 일부가 등교를 거부하면서 은둔자가 된다. 특히 요즘엔 청년 실업이 증가하면서 나이가 많은 은둔형 외톨이가 증가하는 추세다. 문화적으로는 아파트로 대변되는 주거시설의 독립된 방, 인터넷 문화의 발달(게임ㆍ만화ㆍ인터넷 주문), 인스턴트 식품의 상용화 등이 꼽힌다. 대인 관계나 경제적인 충격, 사회적 불만, 성폭행 등 범죄 피해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경기교육청 학교폭력실태조사 시행/ 사진=[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경기교육청 학교폭력실태조사 시행/ 사진=[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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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사회 문제


개인의 은둔이라지만 이들의 존재는 심각한 사회 문제화 될 가능성이 높다. 가족 중 누군가 은둔형 외톨이로 살고 있다면 가족간의 갈등과 걱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태다. 사회적으로도 노동력 상실, 복지 부담 증가가 곧바로 문제가 된다. 영국의 경우 1980년대 교육도 못 받고 직업 훈련도 못 받고 취업도 못한 니트족(NEETㆍ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 젊은이들이 정부 복지비로 생활하던 중 마가렛 대처 수상이 복지비를 대폭 삭감하자 큰 사회적 문제가 됐었다.


일본에서도 20년 장기불황기 시절 취업ㆍ진학에 실패한 채 부모의 부양을 받아 온 청소년들 120만명이 40~50대가 넘은 현재까지 은둔 생활을 하고 있어, 부모 사망시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선 묻지마 살인 사건 등 주요 강력 범죄의 원인으로 분석돼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해 사패산 터널 살인 사건의 범인 성병대, '트렁크 살인자' 김일곤, '성남 발바리' 김모씨 등의 공통점은 바로 은둔형 외톨로 생활하면서 나이가 든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약 10만~30만명 안팎의 은둔형 외톨이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실태조사는 이뤄진 적이 없다. 특히 은둔형 외톨이들은 학교 등 공식 조직에 속해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체계적으로 파악ㆍ관리할 수가 없다.


추석에도 혼자인 당신의 자녀, 혹시 은둔형 외톨이? 원본보기 아이콘


▲ 우리 아이가 혹시?


한국청소년상담원의 2006년 연구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는 다음과 같이 진단하고 알아 볼 수 있다.


우선 '잠재적 위험군'이 있다. ▲가끔 학교를 안 가고 일도 하지 않는다 ▲현재 친한 친구나 같이 노는 친구가 없거나 한 명이다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서 잘 나가려 하지 않는다는 등 위 세가지 중 1개 이상 해당 하는 경우다. '위험군'은 위 조건 중 2개 이상 해당하는 경우다. '고위험군'은 위 조건에 3개월 이상 학교를 가지 않고 일도 하지 않을 경우를 말한다.


이들의 증상은 우선 방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는 차단 생활이다. 방청소 등 위생 관리도 하지 않아 쓰레기더미 속 노숙자와 비슷하하다. 인스턴트 식품을 주로 섭취하면서 운동이 부족해 비만이거나 반대로 식사를 거의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낮에는 자지만 밤을 새우며 인터넷 게임을 과도하게 한다. 부모가 개입하려 하면 발작하거나 물건을 부수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대인 불안, 대인 공포, 우울감, 무력감, 타인에 대한 부정적ㆍ피해적인 사고, 공격성, 자살 사고를 많이 하며 자존감이 매우 낮은 상태다.


제공=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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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은 따뜻한 관심과 사회복귀 돕는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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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가명)는 초등학교 5학년때 학교를 그만 둔 후 2년 반 가량 집에만 머무는 은둔형 외톨이로 지냈다. 혼자 지내다보니 우울증이 생겼고 자신이 한심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던 중 지역 주민센터 직원에 의해 발견돼 약물 치료 및 방문 상담 서비스를 받게 되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다시 바깥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보라는 표정도 밝아지고 말수도 늘어나는 등 정상적인 삶으로 복귀했고,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해 대학 진학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는 "상담을 받으면서 나도 살아갈 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직도 있지만 그래도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박애선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은 "정확한 통계의 부재도 문제지만 깊은 이해와 관심, 구체적인 지원 방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예를 들어 주민센터 내에 지원 창구를 설치해 개인 상황에 맞게 방문 지원하거나 전문 기관에 연계해 적절한 도움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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