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차이나드림]보복 희생양 쏟아지는데…응답 못한 정부
신동빈·정용진 등 유통기업 총수들 호소에도 한·중 관계 개선 요원
中 WTO 제소 요구 일축 "지금은 北核 협력 유지 중요한 시점"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마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에 무릎 꿇고 중국 매장 매각을 결정하자 '이제 한·중 경제 관계 개선은 물 건너갔다'는 체념이 유통기업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그간 롯데마트는 "사드 피해는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사안"이라며 정부의 개입을 간곡히 요청했다. 그러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중 관계가 교착 상태에 놓인 가운데 정부는 마땅한 피해 기업 지원책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 7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업계 애로사항을 호소하며 한·중 관계 개선을 촉구했지만, 이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유통기업들의 피해는 더욱 커졌다.
정부 차원에서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 사드 보복을 제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묻혔다. 청와대는 14일 "지금은 북핵과 미사일 도발 등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WTO 제소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롯데마트의 탈(脫)중국 소식이 들려온 것은 청와대 발표로부터 몇 시간 뒤다.
자금 수혈 등을 통해 어떻게든 중국 사업을 유지해 보려던 롯데마트는 정무적으로 아무런 탈출구가 보이지 않자 결국 두 손 들었다. 롯데마트는 중국 점포에 올해 3월과 지난달 총 7000억원의 긴급 운영 자금을 투입했다. 지난 3월 수혈한 운영 자금 3600억원은 모두 소진됐다. 2차 자금도 연말께 바닥날 것으로 업계 안팎에선 예상했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한 지난 3월 중순 이후 지금까지 롯데마트는 5000억원 넘게 피해 봤다. 총 112개 점포 중 74곳은 영업중지 상태다. 정지 이유는 소방법 위반 등인데, 언제 풀릴지 기약이 없다. 13곳은 장사가 불가능해 임시휴업(자발적 휴업)에 들어갔다. 중국의 사드 보복 분위기에 편승한 중국인들의 불매운동까지 더해지면서 그나마 영업 중인 점포 매출도 급감했다. 이런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롯데마트 피해액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롯데마트에 앞서 이마트는 안 그래도 수익성이 좋지 않은데 정치 리스크까지 더해진 중국 사업을 전면 철수키로 지난 5월 결정했다. 연내 중국 시장에서 완전 철수한다는 목표로 점포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는 중국 매장 총 6곳 중 5곳(루이홍점, 무단장점, 난차오점, 창장점, 시산점)을 태국 최대 재벌인 CP그룹에 매각할 예정이다. 이마트와 CP그룹 간 매각 협상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확정 발표만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나머지 1개 점포인 화차오점도 서둘러 매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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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스타필드 고양 개장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중국 사업은 철수 절차를 밟는 중"이라며 "아마 연말이면 완벽하게 철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다만 정 부회장은 "(연말 완전 철수는) 희망사항인데, 철수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사업에 대한 회한이 엿보이는 발언이다.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대형마트 외 다른 업태도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중국 매출 비중이 큰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급감한 1304억원을 기록했다. 오리온은 사드 여파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4%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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