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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금감원 노조의 금융시장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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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이런 자가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된다면 금감원장은 금융위원회 관료의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금감원은 금융시장을 장악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지난 6일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 내정자 인사 발표와 관련해 금감원 노동조합이 '혼란만 주는 금감원장 인사' 제목으로 낸 성명서 내용이다. '이런 자(최흥식)', '허수아비', '장악' 등의 자극적인 문구로 최 원장의 인사를 강하게 비토한 것이다.
이는 금융권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노조는 특정 인사에 반대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를 강조하다보니 금융권 전체 종사자를 깍아내리는 '우(愚)'를 범했다.

노조의 성명서를 보면 금감원 직원들이 아직도 '관치(官治)' 마인드를 버리지 못하고 금융권을 지배하려는 의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직도 관이나 정치인 등 소위 힘있는 인사가 원장으로 와야 금융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손발을 맞춰 금융시장 안정화를 이끌어야 할, 즉 협력해야 할 금융위도 그들에겐 경계의 대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금융사들에게는 슈퍼갑인 것은 맞지만 대놓고 장악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보니 씁쓸하다"며 "밑에서 부터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데 윗물은 오죽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노조는 11일 최 원장의 취임식에 맞춰 발표한 성명서에서 사과문을 낼 수 밖에 없었다. 노조는 '가까이 하긴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다소 거친 표현으로 금융산업 참가자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최 원장이 취임사에서 금감원의 개혁과 청렴을 촉구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역대 첫 민간 출신 금감원장의 시선으로 볼때 금감원은 개혁 대상이지, 개혁을 주도할 만한 곳은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 원장은 "우리는 청렴해야 한다"며 "'개미구멍으로도 둑이 무너진다'는 말처럼,구성원 개개인의 작은 일탈이 조직에는 치명적 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시장에 앞서 우리가 먼저 혁신하고, 원칙과 소신에 따라 금융시장 질서를 지키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물론 최 원장 본인부터 특정 금융회사와의 관계를 끊는 등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공은 금감원 직원들에게 넘어갔다. 그들이 바라던 힘있는 관출신은 오지 않았다. 금융시장 장악도 어려워졌다. 이제 할 일은 자신들 부터 개혁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지 개혁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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