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중 최대 전력수요 격차는 20.5GW에서 37.1GW로 확대됐다.
이렇게 되면 전기 수요가 낮은 때에는 상당수 설비가 놀 수밖에 없게 된다. 85.2GW라는 역대 최고치 전력피크를 기록한 지난해 경우를 보면 전력수요가 80GW를 넘은 날은 24일에 불과했다. 현재 국내 발전설비 규모가 113.4GW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수기인 봄ㆍ가을에는 30~60GW가량의 발전설비가 늘 놀고 있는 상황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간 정부는 전기수요 연중 최고점에 맞춰 발전설비를 계속 증가시켜 왔다. 전력 피크 때 자칫 전기수요 예상이 살짝 빗나가기라도 하면 2011년 순환정전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설비예비율은 전체 발전설비 용량 가운데 전력 피크 때도 가동되지 않는 예비 발전설비의 비중을 말한다. 설비예비율이 100%라는 것은 그 날 전기생산에 참여한 발전소보다 놀린 전기설비가 더 많았다는 것을 뜻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대전력 수요에 맞춰 발전설비를 늘리던 과거 방식을 지양하고 대신 전력수요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제도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1년에 몇 차례 발생하지도 않는 최대전력을 기준으로 무작정 설비를 늘려가는 것은 결국 기회비용 면에서 국가적 손실이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정부가 수요자원(DR, Demand Response) 시장 제도 활성화에 힘쓰는 것도 이런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DR제도에 참여한 기업은 전력사용 감축 등을 통해 아낀 전기를 전력시장에 판매하고 금전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24시간 연속으로 운전되고 발전원가가 저렴한 기저발전(基底發電, 원자력ㆍ석탄 등)의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한국의 현실을 고려하면 지금 같은 예비율은 과도한 면이 있다"며 "많게는 수조 원까지 투자되는 발전설비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매년 증가하는 최대전력수요 격차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한다"고밝혔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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