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는 2007년 김선아가 감독해 만든 영화다. 35㎜ 영화로서 길이는 9분. 그해 10월 1~5일에 열린 제5회 서울기독교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 출품되었다. 지하 단칸방에 사는 가난한 만화가가 등장한다. 방에는 창문이 딱 하나 있다. 그런데 동네 아저씨가 늘 그 앞에 와서 앉는다. 만화가는 창문으로 매일 동네 아저씨의 엉덩이만 본다. 만화가는 워낙 소심해서 이렇다 할 항의도 못하고 방책도 세우지 못한다. 나날이 스트레스만 쌓여갈 뿐이다.
영화가 상영되는 9분은 짧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짧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9분은 인류를 탄생시키기에도 멸망시키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영화는 9분에, 창을 가린 아저씨의 엉덩이에 시간을 압축했다. 창은 가난한 만화가가 세상을 숨쉬는 통로이며 삶의 절실한 한 국면이다. 매일 아침 잠에서 깰 때 눈에 비치는 햇살은 우리의 하루치 생애를 로그인한다. 아저씨의 엉덩이는 만화가의 모니터를 가렸다.
사전은 엉덩이를 가로되 '볼기의 윗부분'이라 하였다. 뜻이 같은 한자말은 둔부(臀部)이다. '궁둥이'를 같은 낱말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전은 구분한다. '볼기의 아랫부분. 앉으면 바닥에 닿는, 근육이 많은 부분'이 궁둥이라는 것이다. 엉덩이와 궁둥이를 합치면 곧 볼기렷다. 볼기는 '뒤쪽 허리 아래, 허벅다리 위의 양쪽으로 살이 불룩한 부분'이므로. 옛날에 이곳을 때려 죄를 물었다.
'엉덩이'라는 낱말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미상불 젊은 여성의 육감적인 뒤태가 아닌가? 미술평론가 유경희는 '몸으로 본 서양미술'에서 사랑의 상징인 하트 모양이 '뒤에서 바라본 여자 엉덩이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데스몬드 모리스의 주장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엉덩이가 완벽하게 돌출된 형태를 이루기 위해서는 허리가 쏙 들어가야 한다. 엉덩이는 두 개의 아치형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을 때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여성의 엉덩이라면 무조건 아름다운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2009년 대한성형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재미있는 주제 하나가 제시되었다. 둔부성형(Buttock Reshaping). 여기서 의사 홍윤기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하체 체형교정 시술을 받은 여성 137명의 엉덩이 모양을 분석하여 네 가지로 구분했다.
허벅지 부분에 지방이 축적돼 엉덩이 크기가 더 크고 다리가 짧아 보이는 'A자형', 허리와 허벅지에 지방이 집중적으로 쌓여 엉덩이 부근 관절(고관절)이 오히려 들어가 보이는 'ㅁ자형', 허리부터 엉덩이까지 비교적 완만하면서 둥근 형태를 가진 '라운드형', 골반의 구조가 불균형을 이뤄 엉덩이 모양도 어긋나 보이는 '비대칭형'.
여성의 엉덩이는 논문의 소재가 될 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유경희는 재미있는 귀띔을 한다. "비너스로 대표되는 여성의 누드는 남성의 누드보다 100년 정도 늦게 제작되었다. 장 뤼크 엔니그에 따르면, 19세기 중반부터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미술사 속 엉덩이는 '언제나 목욕 중'이었다. 사실, 완벽한 엉덩이는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앞으로 몇 주, 엉덩이 얘기를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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