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발(發) 공무원 적폐청산 시작된다…9년 보수정권 톺아보기
[세종=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국가직 공무원들의 대표 노동조합인 국가공무원노동조합(국공노)이 지난 9년간 보수정권에서 쌓인 공무원 사회 적폐를 해소하기 위한 사례조사에 돌입했다. 제2의 '최순실 사태'를 막기 위한 반성적 차원의 시도라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도 거세게 일 전망이다.
안정섭 국공노 위원장은 7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정부에서 잘못된 정책으로 사회 공익이 저하되고 국민도 피해를 입었던 사례를 내부적으로 수집 중"이라며 "단순한 갑질 뿐만이 아니고, 기존 보수정권 9년간의 적폐에 대해서 자체적으로 청산 노력을 해 보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지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진보 문화계 인사들을 탄압하는 과정에 고위공무원들이 깊숙이 관여한 사례 등이다.
안 위원장은 "이미 밝혀진 세월호나 관세청의 면세점 특허 논란, 블랙리스트 사건 등은 감사나 검찰 조사가 진행중인 만큼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적폐들을 드러내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일단 몇 개 사례를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국공노 공정거래위원회 지부가 과장급 이상 간부들의 '갑질' 사례를 폭로한 것 역시 이같은 국공노 차원의 적폐청산 작업과 궤를 함께 한다. 공정위 지부 조사 결과 고위공무원이나 과장들이 젊은 여자사무관들에게 술자리를 강요하거나 직원들에게 자신의 관사를 청소시키는 등 낯 뜨거운 갑질 사례가 여럿 포착됐다.
국공노의 사례 조사는 공무원 사회 내부의 갑질도 포함하지만, 이보다 더 광범위한 차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안 위원장은 "대상을 과장급 이상 공무원으로 정해놓은 것은 아니며 직위고하를 따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적폐 사례 조사 결과는 빨라야 연말께에나 나올 전망이다. 부처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라 여전히 공무원들이 사례 제보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국공노는 전반적 적폐 실태를 모두 모아서 발표할 예정이지만, 적폐의 일부분인 공무원 갑질 실태나 고위 공무원 평가 등을 발표하는 것은 각 지부 자율에 맡기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지부가 다른 곳들보다 앞서서 갑질 사례를 발표한 것 역시 이같은 이유에서다. 류호형 공정위 국공노 지부장은 "시장에서 갑질을 단속하겠다고 천명한 공정위 직원들이 정작 내부에서 갑질을 당하면 진심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겠느냐"며 발표 이유를 밝혔다. 공정위의 갑질 발표를 시작으로 타 부처의 갑질 실태가 발표되면 공무원 사회의 갑질 문제도 본격적으로 이슈화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노조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국공노의 이같은 움직임은 자칫 전 정권을 공격하는 것으로 비춰지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안 위원장은 "지난 정권 문제를 끄집어내겠다는 게 아니라 공무원 사회의 자기 반성 차원"이라며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해서 공무원 사회의 관료주의나 적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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