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전 목욕탕,
 노인들은 하나도 옷을 벗지 않는다
 윗도리는
 너무 오래 입었는지 다들 품이 넉넉하다

[오후 한 詩]낡은 옷/박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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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걸이에 걸친
 옷처럼 아랫단이 축 늘어졌다
 옷 주름이 어느 오래된 불상을 닮았다
 꽉 낀 옷을
 너무 오래 입어서일까
 젖꼭지마저 옷 밖으로 나온 듯하다
 물에 오래 담가도
 불지 않는 옷, 정갈하게 씻어 내린다
 욕실을 나설 때
 무거운 옷처럼 시간이 질질 끌린다
 그러나 어디 숨겨진
 지퍼를 열고
 낡은 잠바를 벗어 던지고
 늘 욕탕 문을 먼저 나서는 이가 있다
 희뿌연 김 너머
 한 번도 공기에 닿지 않은 젊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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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라는 단어는 생의 어느 특정 시기를 뜻하긴 하지만 반드시 생물학적인 의미만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꽃중년' '꽃할배'와 같이 대중매체와 자본주의의 무잡스러운 상품의 라벨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리고 때로는 무모함이나 어리석음, 철없음의 표식으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청춘'은 무엇보다 무한한 가능성과 영구 혁명의 동력으로 흔히 표상되어 왔다. 그런 만큼 '청춘'은 실로 낭만적이다. 그가 누구이든 한 번은 소유한 적이 있었겠지만 실은 한 번도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한 어떤 무엇이 '청춘'이다. 그래서 '청춘'에 대한 그리움은 저마다의 실제 삶을 넘어 절대적이다. 아! "한 번도 공기에 닿지 않은 젊은 날"이여! 청춘이여!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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