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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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의 1심 결과와 무관하게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지를 둘러싼 분쟁은 재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8일 고용노동부가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에게 제출한 '통상임금 소송현황'에 따르면, 2013년 이후 4년간 전국 100인 이상 사업장 1만여 개 중 192곳이 통상임금 소송에 휘말린 것으로 집계됐다. 대법원에 계류중인 사건만 20건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사건별로 핵심 쟁점인 '신의칙' 인정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엇갈려 확고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법리적ㆍ사회적 합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건에 따라 달리 해석할 여지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민법 제2조 제1항이 규정하는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갑을오토텍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정기적ㆍ일률적ㆍ고정적으로 지급되는 모든 임금'을 통상임금으로 규정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신의칙을 고려해야 한다는 '단서' 성격의 기준을 제시했다.


통상임금의 범위가 넓어져 회사가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하는 상황, 회사의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이 우려된다면 문제가 된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빼기로 하는 노사간의 합의나 관례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통상임금 규정에 대한 해석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회사가 어려워지면 결국 회사와 노동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이후 대부분의 통상임금 하급심 소송에선 신의칙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문제는 건건이 엇갈리는 판결이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벌이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1심은 상여금 800%를 통상임금에 넣어달라는 노조의 주장을 인용해 "회사가 630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신의칙을 이유로 회사가 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이밖에 아시아나항공, 현대미포조선 등의 통상임금 소송 사건 또한 1심과 2심의 신의칙 판단이 엇갈린 채로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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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과 현대위아, 현대비앤지스틸, 현대다이모스 등은 1심에서 신의칙을 인정받지 못한 채로, 만도는 1심에서 신의칙을 인정받은 채로 항소심 변론을 진행 중이다. 선례를 감안하면 이들 업체의 항소심 결과 또한 정반대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의 옛 판단은 옳고그름을 떠나 양 측 모두에 이견의 여지가 너무 크다"면서 "법원의 판단보다는 사회적 타협을 통한 새로운 모델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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