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피해자가 가해자 된 현실 안타까워"…신평사·외신 "삼성전자 장기적 성장에 치명적"

지난해 12월6일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참석한 대기업 회장들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는 모습

지난해 12월6일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참석한 대기업 회장들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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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원다라 기자] 재계는 정경유착 방지법이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중인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묵시적 청탁'이라는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것에 대해 "권력자 앞에서 모든 기업은 약자에 불과하다"고 항변하면서 정치권이 정경유착의 근절에 미온적인 현실을 개탄했다. 최고위 권력층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법과 제도를 정비해 이같은 일을 미연에 방지해야 하는데 처벌에만 급급하고 제도 정비는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28일 "권력자가 먼저 손을 벌렸고 이에 어쩔 수 없이 응했을 뿐인데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뀐 격"이라며 "제 2의 이재용을 만들지 않으려면 권력자들이 기업에 손을 벌리지 못하도록 법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는데 왜 이를 미루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번 판결을 판례로 적용하면 국내 주요 기업인 상당수가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매번 정부가 정책을 시행하며 각종 준조세를 신설해 이를 기업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수가 조금이라도 이익을 볼 경우 무조건 뇌물죄가 성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기업 총수들도 이같은 문제를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 제기한 바 있다.

[막막한 삼성]재계 "제2의 이재용, 얼마든지 나온다" 원본보기 아이콘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 "대기업 준조세, 입법으로 막아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준조세를 없애고 법인세를 늘려(정경유착을 없애는) 효과가 난다면 찬성이지만 이뤄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최 회장의 말이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반응이다. 매번 정권이 바뀔때마다 전 정권의 부패 청산이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기업인들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법정에 서왔다. 이같은 일을 막기 위해 관련 법을 만들자는 얘기도 단골손님처럼 등장하지만 법과 제도를 정비해 시스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기업인만 유죄를 받아 온 것이 현실이다.

특히 재계는 관련법이 신설되지 않는 이상 우리 재계는 정부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입장이다. 오랫동안 쌓아왔던 기업 브랜드와 사업이 정치권에 의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와 외신은 이구동성으로 삼성전자의 총수 장기공백에 따른 부작용이 국가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을 내 놓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대한민국 대표 글로벌 기업"이라며 "삼성이 쌓아온 브랜드가치 하락과 투자ㆍ신규채용 등 주요 사업계획이 차질을 빚을 경우 개별기업 차원을 넘어 우리경제 전반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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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급속하게 변화하는 첨단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법정 공방이 길어져 장기간 리더십 부재로 이어지면 삼성전자의 평판과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피치도 "리더십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삼성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대담한 대규모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신은 삼성전자가 최근 냈던 호실적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인터넷판에서 "삼성 입장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는 경영공백으로 이어져 대형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썼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판결에 대해 "반(反)재벌 정서가 강한 한국 여론의 눈치를 본 판결"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중국 관영 CCTV는 "한국 경제는 삼성이 국가 경제발전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며 "이러한 경제 성장이 멈출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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