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업계 "2~3일만 지나도 빵 수급 차질 불가피"
대형업체보다 영세자영업자 직격탄 "생계 걱정"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한때 생산중단까지 겪었던 카스테라가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 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정부가 15일 전국 모든 3000마리 이상 규모 농가에서 생산되는 계란 출하를 전격 중단하면서 계란을 주재료로 카스테라를 만드는 제빵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형마트 3사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올때까지 잠정적으로 판매를 중단하고 결과에 따라 판매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계란 수급 불안 현상이 가중되면서 가격도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계란 성수기인 추석 시즌이 되면 '계란 대란'이 일어나면서 그야말로 1만원 이상에 달하는 등 '금란'이 예상된다는 것. 이미 AI 피해가 특히 심했던 서울·수도권 지역 소규모 슈퍼마켓과 마트 등 일선 소매점에서는 30개들이 계란 한 판 가격이 1만원대에 육박하기도 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에서는 살충제 성분 계란이 검출되지 않았으나, 정부차원에서 전수조사에 착수한 만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SPC그룹은 삼립,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등의 브랜드에서 하루 80여t의 계란을 소비한다.
1300여개 뚜레쥬르 매장에서 하루 20여t의 계란을 사용하는 CJ푸드빌도 지난해 12월 계란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카스테라에 대해 하루에 매장당 1개, 프리미엄 카스테라의 경우 5개로 구매를 제한하기도 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살충제 계란이 나온 농가와는 거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재고량으로 정부의 조사 기간인 3일 동안은 빵을 공급할 수 있지만 장기화 될 경우 제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란은 기본적으로 유통 기간이 72시간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고를 많이 쌓아둘 수가 없다. 때문에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제빵업계는 현재 재고량으로는 2일 정도 밖에 버틸수가 없으며, 3일후부터는 생산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빵에는 적든 많든 계란이 반드시 사용되기 때문에 이틀만 지나도 빵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식품·요식업계 피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3일이라는 조사 기간은 유통기한이 극히 짧은 계란 유통에는 너무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동네 빵집도 울상이다. 서울 성수동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A씨는 "카스테라는 동네 빵집 효자상품인데, 원재료 70%가 계란"이라며 "가격도 가격이지만, 수급에 문제가 생긴다면 당장 우리같은 자영업자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제빵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추이라면 카스테라, 케이크 등 계란을 쓰는 제품은 또 다시 생산을 중단해야할 지경"이라면서 "자체 공급망을 가진 대형업체들 보다 소규모 상인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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