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동]살충제發 카스테라 대란 또 현실로…"2~3일 후 생산중단"

계란 주재료 쓰는 제빵업계 울상
제빵업계 "2~3일만 지나도 빵 수급 차질 불가피"
대형업체보다 영세자영업자 직격탄 "생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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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한때 생산중단까지 겪었던 카스테라가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 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정부가 15일 전국 모든 3000마리 이상 규모 농가에서 생산되는 계란 출하를 전격 중단하면서 계란을 주재료로 카스테라를 만드는 제빵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4일 기준 계란 평균 소매가(30개들이 특란 기준)는 7595원으로, 1년 전 가격인 5350원보다 2245원이나 비싸다. 1년 사이에 가격이 42%나 오른 것이다. AI 여파로 계란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계란 수급은 더욱 불안해지게 됐다. 현재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이날부터 전국 모든 매장에서 계란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소비자가 살충제 파문 여파로 텅 빈 달걀 매대를 지나고 있다.(사진=윤동주 기자 doso7@)

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소비자가 살충제 파문 여파로 텅 빈 달걀 매대를 지나고 있다.(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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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3사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올때까지 잠정적으로 판매를 중단하고 결과에 따라 판매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계란 수급 불안 현상이 가중되면서 가격도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계란 성수기인 추석 시즌이 되면 '계란 대란'이 일어나면서 그야말로 1만원 이상에 달하는 등 '금란'이 예상된다는 것. 이미 AI 피해가 특히 심했던 서울·수도권 지역 소규모 슈퍼마켓과 마트 등 일선 소매점에서는 30개들이 계란 한 판 가격이 1만원대에 육박하기도 했다.문제는 계란 수급이다. 계란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빵과 케이크 등 제품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

SPC그룹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에서는 살충제 성분 계란이 검출되지 않았으나, 정부차원에서 전수조사에 착수한 만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SPC그룹은 삼립,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등의 브랜드에서 하루 80여t의 계란을 소비한다.

1300여개 뚜레쥬르 매장에서 하루 20여t의 계란을 사용하는 CJ푸드빌도 지난해 12월 계란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카스테라에 대해 하루에 매장당 1개, 프리미엄 카스테라의 경우 5개로 구매를 제한하기도 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살충제 계란이 나온 농가와는 거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재고량으로 정부의 조사 기간인 3일 동안은 빵을 공급할 수 있지만 장기화 될 경우 제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란은 기본적으로 유통 기간이 72시간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고를 많이 쌓아둘 수가 없다. 때문에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제빵업계는 현재 재고량으로는 2일 정도 밖에 버틸수가 없으며, 3일후부터는 생산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빵에는 적든 많든 계란이 반드시 사용되기 때문에 이틀만 지나도 빵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산 달걀(사진=아시아경제 DB)

국내산 달걀(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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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요식업계 피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3일이라는 조사 기간은 유통기한이 극히 짧은 계란 유통에는 너무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동네 빵집도 울상이다. 서울 성수동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A씨는 "카스테라는 동네 빵집 효자상품인데, 원재료 70%가 계란"이라며 "가격도 가격이지만, 수급에 문제가 생긴다면 당장 우리같은 자영업자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제빵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추이라면 카스테라, 케이크 등 계란을 쓰는 제품은 또 다시 생산을 중단해야할 지경"이라면서 "자체 공급망을 가진 대형업체들 보다 소규모 상인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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