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counter]웅녀의 후손 반야의 비밀 이야기
웅녀(熊女)는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세운 단군의 어머니로, 원래 곰이었으나 백 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고 쑥과 마늘을 먹어 인간 여자가 됐다고 전해지는 인물이다. '삼국유사'의 고조선왕검조선조(古朝鮮王儉朝鮮條)에 따르면 원래 곰이었으나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桓雄)에게 호랑이 한 마리와 함께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빌었다고 한다. 환웅으로부터 쑥 한 줌과 마늘 스무 개를 받아먹으면서 삼칠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자 문득 여자의 몸으로 변했다. 그러나 호랑이는 이를 참지 못해 실패했다. 웅녀는 혼인해서 같이 살 사람이 없자 날마다 신단수 밑에서 아기를 갖게 해 달라고 기원했다. 이에 잠시 사람으로 변신한 환웅과 혼인해 단군왕검을 낳았다고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세계의 여러 신화를 보면 영웅의 탄생에 다른 생물의 피가 섞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웅녀 신화도 그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단군은 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우고, 1500년간 통치하다가 백악산에서 신이 됐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웅녀가 그후 어떻게 됐는지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신화의 논리로 보면, 웅녀는 한국의 시조인 단군을 탄생시키기 위한 신화상의 등장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웅녀 - 한국의 시조를 낳은 어머니'ㆍ다카히라 나루미)
'반야의 비밀'은 우리나라 웅녀 신화를 모티프로 하는 작품이다. 지리산 시골 학교로 전학 온 도시 아이 선재가 웅녀의 후손 반야와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반야에게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선재는 걸어서 집으로 가는 반야가 버스를 탄 자신보다 마을에 먼저 도착하는 것을 목격하고, 반야가 앉았던 자리에서 검은 털을 발견하기도 한다. 심지어 반야에게 선물한 팔찌를 반달곰이 차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의미심장한 일들을 마주하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반야의 비밀은 이들의 관계를 더욱 흥미진진한 방향으로 이끈다. 지리산 속을 오가며 "웅녀는 사람이 돼서 행복했을까?"라는 고민을 주고받는 반야와 선재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무언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는 힘과 친구를 사귀는 기쁨을 느끼게 한다.
낭떠러지로 떨어질 뻔한 선재를 반야가 구해 주면서 시작된 둘의 인연은 휴대폰 도난, 곰의 출현 등 여러 사건을 통해 진전된다. 그리고 선재와 반 친구들과의 관계도 곰 탐험을 통해 조금씩 변한다. 우리는 현실에서 벌어지기 어려운 판타지가 일상에서 일어날 때 그 판타지를 조금씩 믿게 된다. 이 책에서는 신화 속에서 오랜 시간 살아온 웅녀에 대한 이야기가 반야를 통해 독자에게 다시 다가온다. '반야의 비밀'은 지리산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소중한 것을 우리 곁에 풀어놓는다.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 자연의 소중함 등 다양한 가치를 살펴볼 수 있는 이 신비로운 비밀 이야기는 단지 반야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지은이 윤숙희는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됐으며, 샘터동화상과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아이와 어른,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동화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은 책은 '5학년 5반 아이들' '조나단은 악플러' '도깨비, 파란 불꽃을 지켜라!' '시리우스에서 온 아이' '수상한 물건들이 사는 나라' '해아와 용의 비늘' 등이다.
<반야의 비밀/윤숙희 지음/김미경 그림/높새바람/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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