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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人]밀가루 폭탄 맞는 형, 교회룩 코디해주는 언니…재미에 빠진 T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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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커머스 시장, 지난해 1조원 수준으로 성장
"이 조건 마지막" 압박없이 자연스러운 방송
편안한 콘셉트에 웃음코드 엮은 새로운 도전

진영산 신세계TV쇼핑 모바일팀 과장

진영산 신세계TV쇼핑 모바일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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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밀가루 폭탄 맞는 형, 주말에 교회나 절에 입고 갈 옷 코디해주는 언니…. 홈쇼핑시장에 새롭게 등장해 '현재진행형' 성장세를 보여주는 T커머스업계에 친근한 형, 언니가 등장했다. "마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조건 오늘이 마지막입니다"는 식상한 멘트가 없어도 고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판매 상품에 대한 자연스러운 소개는 물론 재미있는 콘텐츠로서의 가치도 갖춰나가는 중이다. 지난해 1조원(9977억원) 수준으로 취급고를 불린 T커머스업계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두 업체의 '형' 그리고 '언니'를 만나봤다.

◆"MD가 직접 소개합니다" 사내수공업 모바일팀의 싸군= 신세계TV쇼핑은 T커머스업계 후발주자다. 그러나 투자와 연구개발(R&D) 측면에서는 가장 선두에 있다. 지난해 6월 자체 미디어센터를 업계 최초로 열었고 같은 해 10월부터는 일반 방송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동영상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 선보이고 있다.
바이럴 위주 콘텐츠 제작의 중심에는 모바일팀이 있고, 상징적인 인물이 바로 진영산 과장이다. 지난해 3월 상품기획(MD) 경력직으로 입사한 그는 현재 내부 동영상채널인 SSG(쓱)TV 속 주인공 '싸군'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펌을 했지만 태풍에도 끄떡없을 듯한 2대 8 가르마 헤어(방송을 위한 연출이 아닌 평소 스타일이었다고)가 인상적이다.

"MD가 직접 물건을 소개하고, 장단점이나 체험기를 재미있게 전달해보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9월부터 기획을 시작했죠. 콘셉트는 언박싱, 그러니까 포장된 물건을 풀어서 구성품들을 소개하자는 것. 가습기가 첫 방송, 놀부 부대찌개가 두 번째 방송이었습니다. 아마 부대찌개부터였죠, 주걱으로 뺨도 맞고 밀가루 폭탄까지 맞기 시작한 게."

기억에 남는 방송은 SBS의 박대기 기자 패러디. 당시 '싸대기 기자'로 분한 그는 차량용 공기청정기를 소개하기 위해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연 겨울날 얇은 코트 바람으로 한참을 길 위에 서 있었다. 어깨에 미세먼지가 소복이 쌓여야 했지만 여의치 않아 묵가루를 구해다가 끼얹었다.
고생한 만큼 보람도 있다. 바이럴 영상이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회자될 때 짜릿함을 느낀다는 그다. 진 과장은 "싸군 등장 전에 곡성을 패러디해 선풍기를 소개한 영상 '풍성'은 SNS에서 20만건 이상 조회 수를 올렸다"면서 "이런 식으로 이슈를 이끌고 고객에게 다가가면 되겠구나 하는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체적으로 소품, 의상, 메이크업부터 콘티나 촬영도 소화하는 이른바 '사내수공업'에 대한 자부심도 내비쳤다. "전문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데, 최소한의 인원으로 해보자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 이끌어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실수투성이지만, 영업과 마케팅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황윤경 K쇼핑 쇼핑호스트

황윤경 K쇼핑 쇼핑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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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ㆍ지금' 재촉하지 않는 쇼핑호스트…"절에 갈 때 이렇게 입어봐요"= "T커머스의 가장 큰 장점이요? 오늘, 지금, 빨리 구매하라고 재촉하지 않는다는 거죠. 시간, 조건에 대해 푸시(Pushㆍ압박)하지 않아 소비자 입장에서 충동 구매를 줄일 수 있어요. 정보와 안내 위주로 방송을 구성하면서 보다 편안한 분위기의 쇼핑 프로그램으로 진화할 겁니다."

황윤경 K쇼핑 쇼핑호스트는 직장생활깨나 해본 맏언니의 말투다. 미스코리아 출신인 그는 메이저 TV 홈쇼핑업체 근무 경험을 통틀어 10년 업력의 베테랑. 현재 맡고 있는 쇼핑극장 '쇼K'에서의 콘셉트도 그렇다. '홀딱 변신 쇼'를 진행 중인 그는 중년 남성들의 옷차림에 대한 팁이나 주말 룩에 대해 편안하게 조언한다. 쇼파에 앉아 수다를 떨듯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갑자기 등장한 다른 남성 쇼핑호스트의 '테러리스트'급 패션에 경악하며 웃음을 준다.

최근에는 종교활동 때 입는 의상, 이른바 '격식 룩'을 제안했다. 황 쇼핑호스트가 "종교활동할 때 민소매, 짧은 치마는 좀 그렇죠?"라는 멘트를 던지자, 어깨와 다리가 시원하게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고 성경책을 든 모델, 미니스커트를 입고 108배를 하는 모델의 영상이 이어졌다. 은근한 웃음 포인트다. 이어 편안해 보이는 풍기 인견 셔츠를 입고 스튜디오에 등장한 그는 연출진을 향해 "왜 반응이 없지?"라며 면박을 주기도 하고 "얌전해 보이나요?" 하고 질문도 한다. K쇼핑에서 판매하지 않는 일반적인 아이템도 이렇게 활용해보라고 권한다. 편안하면서도 새로운 형식이다.

지난달에는 1700평 규모의 자체 스튜디오를 개관했다. 그는 "미디어센터를 오픈하면서 기기가 너무 좋아졌다"면서 "상품이 잘 보이는 것까지는 좋은데 내 얼굴, 피부 상태까지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서 요즘 더욱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직업이기 때문에 여전히 식사량도 관리하고 피부과에도 종종 간다고.

황 쇼핑호스트의 목표는 물건을 '많이 파는 것'만이 아니다. 그는 "고객들이 옷장에 넣어둔 해묵은 옷을 다시 발견하고, 주말 나들이 옷차림으로 덜 고민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정보'를 주고 싶다"면서 "일반 TV 홈쇼핑들도 항상 오늘이 마지막이고 이 조건이 최고라는 식의 어필에 몰두하기보다는 고객과 소통하고 필요한 것을 묻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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