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무지나 공포 아닌 이해 기반의 AI 규제 필요"
신작 '호모 데우스' 출간 기념 간담회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인공지능(AI)은 폭발적인 힘을 가진 기술인만큼 시장이나 기업이 스스로 규제하도록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정부와 대중이 AI 개발과 규제에 더 큰 역할을 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41·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가 신작 '호모 데우스' 발간을 기념해 13일 서울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AI의 발전이 가져올 위험성과 규제의 필요성을 말했다.
지난 5월 국내 출간된 호모 데우스는 인류가 생명공학과 AI의 힘을 빌려 스스로를 '신'이 되려 하며 이를 통해 세상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인지를 전망한 책이다. 과학과 철학, 종교, 역사, 경제, 생물학 등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료를 수집한 하라리는 "21세기 경제성장 덕분에 기아와 역병, 전쟁을 통제하게 된 인간은 스스로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불멸·행복·신성'을 꿈꾼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같은 변화가 생명공학, 사이보그 공학(인조인간 만들기), 비유기체 합성(뇌와 컴퓨터의 연결) 등의 방법으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고 예고했다.
이날 하라리 교수는 "책에서 말한 신은 은유가 아닌 문자 그대로 '신'(God)이 된다는 것"이라면서 "생명을 창조하고 파괴하는 능력을 갖춘 신처럼 인간도 AI와 생명공학의 힘을 빌려 생명체를 만들고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새로운 힘을 얻고 있지만 세계가 얼마나 복잡한지, 우리가 하는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이해는 제한적"이라면서 "우리가 조심하지 않으면 역사상 인간이 창조한 사회 중 가장 불평등한 사회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 이유는 소수 엘리트가 AI와 로봇의 힘을 지배해 나머지 대다수 인류의 힘을 빼앗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AI의 발달은 엄청난 실직을 유발해 새로운 계급을 창조하고 생명공학의 발달은 경제적 계급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미래사회의 주요 갈등은 인간 대 로봇의 싸움이 아닌 힘없는 대중과 힘을 가진 소수 엘리트간의 대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보기에 AI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방해해는 것은 AI에 대한 무지나 공포다. 영화 등에서는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 AI가 인간의 의식을 갖게 돼 인간을 위협하는 이미지로 그려진다. 이에 대해 하라리 교수는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인공지능이 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으니 AI와 로봇의 반란은 섣부른 공포"라는 일축했다.
그는 이처럼 AI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그 규제는 무지나 공포가 아닌 인문학적 이해에 기반을 둬야 한다고 했다. 하라리 교수는 "바람직한 규제를 위해서는 정부와 대중이 신기술에 대해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면서 "산업계와 협력을 통해 규제가 이뤄져야 하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명령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사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로는 답이 없다"면서 "미래를 맞이할 세대에게 구체적 기술이나 정보보다는 정신적 균형이나 유연성 등 변화하는 시대에 대처하는 능력을 가르치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다음 저서 계획에 대해선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에서 과거와 미래를 다뤘으니 다음 책에서는 현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답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