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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북카페]초인이 된 AI…진화의 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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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제의 눈물, 그리고 인류의 미래

세계적 화제작 떠오른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
바둑 최고수 3전 3패 충격 사건 후 관심 폭발
신이 된 인간·평범한 인간 또 다른 격차 꼬집어
미래 예측·4차 산업혁명 다룬 책들 쏟아져


'호모 데우스' 표지사진.

'호모 데우스' 표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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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알파고가 극도로 냉정한 모습을 보여 함께 바둑 두는 것이 고통 그 자체였어요.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조금도 갖기 어려웠습니다."
세계 바둑랭킹 1위인 중국 커제 9단은 지난달 27일 중국 저장성 우전 인터넷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알파고와 마지막 대국을 끝낸 뒤 눈물로 '고통'을 호소했다. 인간계 바둑 최고수가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AI)에 3전 3패하며 흘린 눈물은 전 세계인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다.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AI의 진화는 축복일까 재앙일까?' 호기심 어린 독자의 시선은 AI로 대변되는 인류의 미래를 전망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역사학과 교수)에게 쏠렸다. 그의 신작 '호모 데우스(Homo Deus)'는 지난달 중순 국내 발간과 동시에 화제작으로 떠오르며 판매량이 급상승, 6월 첫째 주 베스트셀러 2위로 순위권에 새로 진입했다.

아시아경제는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팔린 책을 대상으로 베스트셀러 순위를 매겼다.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 등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의 판매량 순위를 참고하되 본지 문화팀 기자들의 평점을 가산, 종합점수를 집계했다. 1일 현재 '문재인의 운명(특별판)'이 지난주에 이어 1위, 호모 데우스와 대한민국 여성의 현실을 그린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10주간 교보문고 1위에 머물렀던 이기주 에세이 '언어의 온도'가 4위로 하락한 가운데 이 작가의 신간 '말의 품격'이 10위로 올랐다. 장르별로는 인문(3권)·소설(3권)의 인기가 높았고, 시·에세이 2권, 정치·사회와 아동 부문 책이 각각 1권씩 순위권에 들었다.

호모 데우스는 하라리의 최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 발간 전부터 독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저자가 2015년 11월 출간한 '사피엔스'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 등 45개국에서 5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전작에서 그는 7만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인지·농업·과학혁명 등 인류의 발자취를 차례로 짚은 뒤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인류의 미래'를 내다봤다. 신간에서는 7만년의 역사를 거쳐 지구를 정복한 인류가 앞으로 무엇을 추구하며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이익재 교보문고 인문담당 상품기획자(MD)는 "AI가 제4차 산업혁명 핵심 키워드로 꼽히면서 AI 발달이 인류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미래 전망서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면서 "과학 분야에서는 인류학과 진화론을 다룬 신간들이 출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교보문고에서 집계한 호모 데우스의 성·연령별 구매비중을 살펴보면 남성(66.9%)이 여성(33.1%)보다 2배가량 높다. 연령별로는 40대 29.7%(남 18.8%·여 10.8%), 30대 25.0%(남 14.6%·여 10.4%), 50대 23.8%(남 18.0%ㆍ여 5.8%), 60대 이상 11.2%(남 9.9%·여 1.4%) 순으로 구매율이 높다. 같은 기간 예스24에서도 남성 독자 구매율이 62.6%로 여성(37.4%)보다 높다. 연령별로는 40대가 40.0%(남 24.3%·여 15.7%)로 가장 높고, 이어 30대 26.9%(남 16.9%·여 9.9%), 50대 20.5%(남 14.0%·여 6.5%), 20대 7.7%(남 3.6%·여 4.1%) 순으로 집계됐다. 신간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피엔스 판매량도 덩달아 뛰었다. 이 기간 교보문고에서 사피엔스 판매량은 전주 동기간(5월18~24일) 대비 1.6배, 예스24에서는 1.2배 늘었다.

호모 데우스의 호모(Homo)는 '사람 속을 뜻하는 학명', 데우스(Deus)는 라틴에서 유래한 말로 '신(god)'을 뜻한다. 즉, 책 제목인 호모 데우스는 신이 된 인간이다. 과학과 철학, 종교, 역사, 경제, 생물학 등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료를 수집한 하라리는 "신이 된 인간, 이것이 진화의 다음 단계"라면서 "21세기 경제성장 덕분에 기아와 역병, 전쟁을 통제하게 된 인간은 스스로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불멸·행복·신성'을 꿈꾼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같은 변화가 생명공학, 사이보그 공학(인조인간 만들기), 비유기체 합성(뇌와 컴퓨터의 연결) 등의 방법으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고 예고했다.

그는 생명공학과 AI, 나노기술이 이끄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진지하고 철학적인 고민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글에서는 "작년에 알파고는 바둑에서 어떤 인간도 생각해 내지 못했던 전략을 이용해 이세돌 9단을 꺾었다. 머지않아 컴퓨터는 자동차를 운전하고 질병을 진단하는 것은 물론,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는 일까지도 인간보다 더 잘해 낼 것"이라고 했다. "능력이 향상된 초인간과 평범한 인간 사이의 격차는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격차보다 더 클 것"이라는 그의 진단은 커제의 고백을 곱씹게 한다.

호모 데우스 외에도 AI와 인류의 미래예측이라는 관점에서 쓰인 과학, 경제·경영 분야 신간이 여럿 눈에 띈다. AI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논의돼야 할 문제를 다룬 '슈퍼인텔리전스(닉 보스트롬 지음)', 인간 지능과 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AI의 미래를 논한 '지능의 탄생(이대열 지음)'이 지난 4월 출간됐다. 역시 같은 달 나온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도 4차 산업혁명의 정의와 영향력을 분석한 내용으로 관심을 얻고 있다. 박형욱 예스24 과학담당 MD는 "작년 3월 이세돌과 알파고 대국 당시 AI 관련 과학 도서 위주로 주목을 받았다면 최근에는 경제·경영 분야로 이슈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주요 독자층은 30대 남성과 40대 여성"이라고 설명했다.

<집계기준: 각사 판매량 순위+본지 문화팀 평점 가산>

<집계기준: 각사 판매량 순위+본지 문화팀 평점 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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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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