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일하면 세종서 쉬는 셈, 세종서 일하면 서울서 쉬는 셈" 발언에 공무원들 한숨
이낙연 총리가 사실상 휴가를 반납하겠다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끈다. 이 총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름휴가와 관련해 "서울에서 일을 하면 세종에서는 쉬는 셈이고, 세종에서 집무를 보면 서울에서는 휴가 중인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몇몇 매체는 이 총리가 공무원 연차 소진을 독려하는 정부 방침과 반대되는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 총리 발언으로 총리실 직원을 비롯한 관가에서 윗사람 눈치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이 총리는 전남 도지사 시절에도 여름 휴가를 가지 않거나 휴가 기간에 공무를 보고, 직원들에게 서면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사실 공무원은 고위 관료의 여름 휴가 관련 발언에 민감하다. 본인의 휴가를 어디서 보낼 지 조차 윗사람의 입김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정홍원 전 총리는 2013년 간부회의에서 "공무원은 여름휴가를 국내서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괴로워하는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였다.
2015년에는 황교안 전 총리를 비롯해 부처 장관 전원이 국내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일하는 한 공무원은 "당시 해외여행을 갔다오긴 했지만 상사의 눈치가 보였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지난 2014년 충남도청과 서산 해미읍성, 전북혁신도시 등을 둘러봤다. 황교안 전 총리 역시 지난해 8월 사흘간의 휴가 기간동안 전남, 충남, 경북 지역 등 전국을 돌았다.
총리가 휴가를 보내는 모습을 찍은 사진은 언론을 통해 공개된다. 황 전 총리가 농원에서 포도를 따며 일손을 돕는 모습, 정홍원 전 총리가 피서객들에게 손인사를 하는 모습 등은 보도자료로 가공돼 각 매체로 전송됐다. 국무총리가 휴가 때에도 민생을 챙긴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보여주기식' 휴가인 셈이다.
아시아경제 티잼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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