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꺾인 외국인투자…상반기 9.1% 감소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지난해 사상최대를 기록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올 들어 중국, 유럽연합(EU) 등을 중심으로 한풀 꺾였다. 신 보호무역주의, 미국의 금리인상, 브렉시트 등의 여파다. 이대로라면 올 해 목표치인 200억달러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FDI 규모는 신고 기준 9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1% 감소했다. FDI 신고액은 투자의향을 밝히는 선행지표적 성격을 갖고 있다. 같은 기간, 실제 집행 규모를 가리키는 FDI 도착액 역시 4.4% 줄어든 49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이러한 실적은 미국의 2차례 금리인상, 신보호무역주의, 브렉시트 협상, 중국의 외환통제 강화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 등 아시아지역의 FDI가 특히 위축됐다"면서도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투자의 장기적인 상승추세를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 EU의 감소세가 뚜렷하다. 신고·도착액 모두 줄었다. EU는 브렉시트 협상의 불확실성, 유로존 양적완화(QE) 축소 논의 등으로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신고액(22억2000만달러)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3% 감소했다. 도착액(14억9000만달러) 역시 34.0% 줄었다. 특히 1억달러 이상의 대형 M&A형 투자가 대폭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한국에 대한 EU의 1억달러 이상 대형프로젝트는 작년 상반기 20억달러 규모였으나 올 상반기에는 2억9400만달러(-85.3%)선에 불과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는 중국의 경우 신고액 기준으로 32.3% 줄어든 4억7900만달러를 기록했다. 도착액 기준으로도 8.5% 감소한 96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국에서 외환보유고 관리를 위해 외환송금을 규제하고 해외직접투자 심사기준을 강화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금액은 2016년 11월 157억달러(+76%)에서 12월 84억달러(-39%), 2017년 4월 58억달러(-71%) 등으로 감소세다.
홍콩, 싱가포르 등 중국 외 중화권의 투자는 신고액 기준으로 각각 3.9%, 38.4% 늘었다. 통상 중국의 투자가 홍콩, 싱가포르 등을 거쳐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할 때 전체 중화권 투자(신고액)는 0.3% 늘어난 28억7000만달러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도착액 기준으로는 15.6% 증가한 15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트럼프 신 정부가 출범한 미국의 경우 1분기 감소세(-33.5%)에도 불구하고 2분기 투자가 급증하며 35.0% 증가한 24억5000만달러(신고액)를 나타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36.2%)과 서비스업(+34.1%) 모두 고른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특히 제조업(10억6000만달러, 신고액)은 화공(+136%), 자동차(+3.4%) 등 부문의 호조에 힘입어 상반기 실적으로는 사상최초로 10억달러선을 웃돌았다. 도착액(6억달러) 기준으로는 7.8% 줄었다.
일본발(發) FDI는 신고액(8억2000만달러) 기준 18.3%, 도착액(5억7000만달러) 기준 33.4% 늘어나며 본격적인 회복세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은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한 28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주력산업에 대한 투자가 제조업 부문 외국인투자의 60%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특히, 화공(+12.6%)·의약(+816%)·기계장비(+50.2%) 분야 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시현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은 1년 전보다 8.1% 감소한 66억8000만달러를 나타냈다. 핀테크, 드론, 게임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부문으로 투자분야가 다변화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모바일결제 부문에서는 중국 기업이 한국의 유력 핀테크 기업의 지분인수를 추진 중이며, 또 다른 중국기업은 드론제작 등을 위해 전북 익산에 공장을 증설하기로 하는 등 2021년까지 700만달러를 추가 투자 예정이다.
유형별로는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그린필드형 투자가 신고(78억9000만달러,+8.8%) 기준으로 늘고, 도착(31억6400만달러, -11.7%) 기준으로는 줄었다. M&A형 투자는 신고(17억500만달러, -48.3%) 기준으로는 급감했으나, 도착(17억9800만달러, +11.7%) 기준으로는 늘었다.
정부는 하반기 외국인 투자에 대해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향후 전 세계 FDI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서도 미국 금리인상, 브렉시트 협상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목표치인 200억달러 달성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유치에 나서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외국인투자의 장기적 상승추세를 이어가는 한편, 일자리 창출 등 국민경제 기여도를 제고하기 위해 다각적인 정책적 노력을 경주할 계획"이라며 "VIP 해외순방 등 주요 계기를 적극 활용하여 투자환경설명회, 라운드테이블, 최고경영자(CEO) 개별 면담 등 투자유치활동(IR)을 전개하고, 외국인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관련제도를 전면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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