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북카페]'소설의 계절' 잠 못드는 여름밤
베르베르·김영하 등 스타작가 신작 인기…소설·인문분야 순위권에 8권 올라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김영하, 이외수, 황석영, 김훈 등 국내외 스타 작가들의 신작이 쏟아지면서 서점가가 '문학 풍년'을 맞았다. 19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정치사회 이슈가 잦아들면서 소설·인문 분야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되살아난 점도 문학 열기를 고조시켰다. 여름휴가 때 가볍게 읽기 좋은 시와 에세이 수요가 커지면서 '차트 역주행(나온 지 꽤 지난 콘텐츠의 인기가 다시 상승하는 현상)' 효과도 보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팔린 책을 대상으로 베스트셀러 순위를 매겼다.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 등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의 판매량 순위를 참고하되 본지 문화팀 기자들의 평점을 가산, 종합점수를 집계했다. 29일 현재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잠' 1편이 6월 다섯째 주 베스트셀러 1위로 순위권에 새로 진입했다. 그는 '개미', '파피용', '나무' 등 히트작을 여럿 낸 대형작가답게 출간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1위 자리를 꿰찼다.
베르베르의 신간에 이어 상실 이후의 삶을 그린 소설 '오직 두 사람'과 대한민국 여성의 현실을 다룬 '82년생 김지영'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4위 '언어의 온도'는 지난해 8월 출간 이후 올해 3월부터 줄곧 판매 상위권을 차지, 교보문고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지난달 이 작가의 신간 '말의 품격'이 출간되면서 두 권 모두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순위가 내려갔다 다시 상승하는 차트 역주행의 대표 사례다.
장르별로는 소설(5권)과 인문(3권)의 인기가 높았고, 시·에세이와 만화 부문 책이 각각 한 권씩 순위권에 들었다. 김도훈 예스24 문학담당 상품기획자(MD)는 "문학을 포함한 전체 도서 판매가 7~8월에 증가하는 편이다. 이 때문에 출판사에서도 여름시즌에 맞춰 도서를 출간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평소 읽지 못한 책을 휴가기간에 읽으려는 독자들도 많아지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잠은 베르베르가 4년 만에 발표한 신작이다. 여성 신경생리학자의 아들인 자크가 어머니의 연구를 이어받아 수면의 세계를 제어하고 꿈을 통해 시간을 넘나드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이야기다. 자크는 수면실험 도중 실종된 어머니를 찾기 위해 고민하다 꿈에서 20년 뒤 자신을 만난다. 작가는 수면과학의 실제 연구결과와 상상력을 더해 만든 환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1980년대 과학 전문기자로 일하면서 쓴 자각몽에 대한 르포, 2014년 시작된 불면증이 이 소설을 쓴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는 등장인물들의 말을 빌려 잠을 잘 자거나 잠을 이용해 공부하는 법도 소개한다.
같은 기간 교보문고에서 집계한 잠의 판매 신장률은 전주 동기간 대비 2.8%, 예스24에서는 4% 증가했다. 성·연령별 구매비중을 살펴보면 여성(62.6%)이 남성(37.4%)보다 1.7배가량 높다. 연령별로는 30대 36.5%(남 13.0%·여 23.5%), 20대 29.6%(남 8.5%·여 21.1%), 40대 21.3%(남 9.0%·여 12.3%), 50대 9.7%(남 5.0%·여 4.7%) 순으로 구매율이 높다. 같은 기간 예스24에서도 여성 독자 구매율이 54.7로 남성(45.3%)보다 높다. 연령별로는 역시 30대가 41.1%(남 20.7%·여 20.5%)로 가장 높다. 이어 40대 30.5%(남 12.4%·여 18.1%), 20대 14.9%(남 5.5%·여 9.5%), 50대 10.7%(남 5.3%·여 5.4%) 순으로 집계됐다.
오직 두 사람은 소설가 김영하가 7년 만에 내놓은 단편집이다. 김 작가는 신간 발간과 더불어 문학을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같은 기간 이 책의 판매율은 교보문고에서 6.4%, 예스24에서 69% 늘었다. 10위에 오른 '바깥은 여름'은 소설가 김애란이 '비행운' 이후 5년 만에 펴낸 소설집이다. 이상문학상 수상작 '침묵의 미래'와 젊은작가상 수상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포함해 단편 일곱 편이 실렸다.
최근 잇따라 신간을 낸 유명작가들의 흥행 성적은 낮은 편이다. 지난달 김훈은 남한산성 100쇄 돌파 기념 아트에디션을, 황석영은 자전 에세이 '수인'을 발간했다. 작가 이외수도 8년 만에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를 내놨다. 세 권 모두 발간 전부터 입소문이 나며 기대를 모았지만 순위권에 들지는 못했다. 출판계 관계자는 "지난해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채식주의자(한강)' 등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준 작가들의 작품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면서 "유명세로만 수요가 몰리던 과거와 달리 온라인 연재나 스토리 펀딩 등 독자들과의 소통도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순위권 밖에 주목할 만한 해외 문학작품으로는 히가시노 게이고 '위험한 비너스', 프레드릭 배크만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조앤 K 롤링 '커리어 오브 이블', 여름 내 출간 예정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 등이 있다. 국내 작품으로는 내달 발간 예정인 김진명 소설 '예언'을 비롯해 박준 시인의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시를 웹툰으로 보는 싱고의 '시(詩)누이' 등이 꼽힌다.
시ㆍ에세이 분야의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허영실 인터넷교보문고 에세이담당 MD는 "언어의 온도처럼 호흡이 짧은 글이어도 그 안에서 삶을 위로하는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는 책들이 20~40대 독자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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