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내린 체제 개혁은 '사두 정치'라 하여 두 명의 황제와 두 명의 부황제가 각각 동로마와 서로마를 분할 통치하는 것이었다. 각각의 황제와 부황제가 거주할 대도시를 수도화하는 작업이 진행되는데, 문제는 '수도'를 만드는 비용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수도' 안에 채워야 할 사람에게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거대한 군대와 거대한 관료 기구가 탄생해 제국의 재정을 압박하고 결국 갑절로 늘어난 병력과 비대화된 관료기구를 유지하기 위해 로마는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 세금 철학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수입에 맞춰 지출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출을 충족시킬 수 있게끔 세금을 올리게 된다. 결국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농민들이 농지를 떠나고 도시로 밀려들면서 로마는 급속히 추락하고 만다.
이 책을 읽었던 시점은 2005년이었다. 실천은 되지 않았지만 나라의 공공부문을 줄여야 한다는 '작은 정부'론이 설득력을 얻었던 시절이었다. 경제나 경영에 대해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작가가 이처럼 정확하게 한 국가의 부침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근래에 우리 사회는 공무원 숫자를 증원하자는 주장이나 교사 수를 증원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또한 공공부문의 팽창에 대해서 별다른 반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작은 조직이라도 맡아서 운영해 본 사람이라면 잘 아는 진실이 있다. 가능한 간접부문을 줄여야 조직이 생존과 번영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날렵한 간접부문과 더 많은 재원이 생산적인 활동에 투입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 나라를 조직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데는 여러 문제가 있다. 하지만 수입과 지출을 기준으로 보면 나라든 조직이든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간접부문이 팽창하면 결국 재정 부담은 물론이고, 팽창된 관료제도가 다양한 제도를 신설함으로써 민간을 더욱 더 옥죄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역사는 숱한 사례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보여주는 진리가 있다. 공공부문을 팽창시키면 결국 어려움을 겪고 큰 비용을 치르고 만다는 사실이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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