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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공인탐정, 법안부터 문제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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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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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세계 최초의 민간탐정인 셜록 홈스의 나라인 영국은 면허와 자격 없이도 탐정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지만 2001년부터 민간보안산업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도 신고만 하면 탐정업을 할 수 있었지만 2003년 허가제ㆍ자격제로 변경됐다.

국내에는 사설탐정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따라서 민간인이 특정인을 미행하거나 촬영을 통해 증거를 수집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공인탐정법안은 흥신소, 심부름센터의 음성적 불법행위를 제도적으로 합법화해 탐정 자격시험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경찰 간부 출신이며, 법안에는 경찰 등 유사업무 종사 경력 10년 이상인 사람에 한해 1차 시험을 면제하는 조항이 있다.
공인탐정법안이 제정되면 공인탐정이라는 미명 하에 현재도 만연해 있는 흥신소의 불법행위가 합법을 가장해 더욱 조장될 것이다. 헌법 제17조는 국민의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국민의 프라이버시나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공인탐정법안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 이는 사생활 보호가 강화되어야 할 정보화사회에 역행하는 법안으로,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높고 정치사찰에 악용될 수 있다. 즉 고위 공직자, 국회의원에 대한 정치사찰과 정치적 여론몰이에 악용될 것이 자명하다.

공인탐정법안은 신용정보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 위치정보법 및 통신비밀보호법과 충돌한다. 대법원 판례는 옛 신용조사업법(현행 신용정보보호법)이 '특정인의 소재를 탐지하거나 사생활을 조사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판시했다. 신용정보보호법은 '특정인의 소재 및 연락처를 알아내거나 금융거래 등 상거래관계 외의 사생활 등을 조사하는 일'을 금지한다. 특히 '정보원, 탐정, 그 밖에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는 일'을 금지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국민 개인의 동의 없는 개인정보의 수집, 기록, 제공, 공개'를 금지하며, 위치정보법은 '국민 개인의 동의 없는 개인위치정보의 수집'을 금지한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우편물의 검열ㆍ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공인탐정의 업무는 개인에 대한 소재파악, 자산추적 또는 개인정보에 관한 것이고, 정보주체에 대한 동의가 없는 개인정보 수집행위, 소재파악, 도청, 비밀촬영은 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

변호사법은 변호사 아닌 자가 대가를 받고 소송, 심판 및 조사 사건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경우 처벌하는데, 공인탐정의 업무는 사건에 관한 사실조사 등 법률사무에 해당한다. 공인탐정이 대가를 받고 이러한 업무를 하는 것은 변호사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공적 영역에서는 국가 수사기관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하고, 민간 영역에서는 변호사가 사건에 대한 정보수집, 사실관계 파악 및 증거 확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경찰 공무원에 대한 전관예우를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인탐정법안은 경찰 공무원, 검찰청에서 10년 이상 수사업무 등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자에게 1차 시험 면제 특권을 주고, 경찰청장에게 탐정업 등록권한 및 탐정에 대한 감독권을 부여하여 제도적으로 전직 검ㆍ경 수사관 등에 대한 예우를 보장한다. 수사기관과의 유착관계 없이는 중요 개인정보 수집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검ㆍ경 수사관 출신 탐정들이 현직 공무원과의 관계와 공권력을 이용해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국민들에게 높은 수임료를 요구하는 전관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공인탐정법안은 경찰 수사권의 비독립성, 부족한 인력 등 수사기관의 문제를 민간 탐정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고 퇴직 검ㆍ경 수사관 등에 대한 전관예우를 보장하겠다는 것으로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국민은 기본권 침해 위험에 노출되고 수사기관이 해야 할 업무까지 전직 수사관 출신 탐정에게 의뢰할 수밖에 없게 돼 불필요하게 비싼 수임료를 부담할 것이다. 공인탐정법은 국민 사생활 침해를 유발하는 국민뒷조사법, 국가정보기관의 정치적 악용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큰 만큼, 재고 돼야 한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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