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부정평가를 한 사람 중에서 인사를 꼽은 이도 34%로 나타난 점이다. 물론 긍정평가가 절대다수라 수평 비교가 불가하긴 하다. 하지만 초반 참신한 인사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으나 인사청문 과정에서 각종 악재가 불거짐으로써 부정적 평가를 낳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야3당이 강 후보자를 1차 저지선으로 삼은 이유가 뭘까? 이낙연 국무총리의 경우에는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역량을 고려해 인준에 동의했다. 김 위원장도 비슷한 맥락에서 임명 강행을 용인할 수 있다. 반면에 강 후보자의 경우에는 각종 의혹을 덮을 정도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데 임명을 강행한다면, 앞으로 인사청문회 자체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시급성을 이유로 문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면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두 눈 끔뻑이며 '인사'를 잘 하면서도 자신이 일단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좀체 양보를 모른다는 점이다. 장관 인사도 초반에는 탕평을 지향하다가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코드 인사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임기 첫 날부터 공약사업과 관련한 업무지시를 8호까지 숨가쁘게 내놓더니 급기야 추경안까지 며칠 남지도 않은 6월 임시국회 중에 처리해달라고 내놨다.
궁극의 배수진은 추경안으로 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이면서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론의 단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무원 증원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적지 않다. 이런 정서를 잘 활용하면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잘 생기고 똑똑한 조국 민정수석을 임명한 직후 '외모 패권주의'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금 야3당은 '지지율 패권주의'를 우려한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 임명을 강행한 직후,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이렇게 지적했다. "120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이 220석을 가진 것처럼 임명을 강행하면 안 된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82%만큼 민주당이 의석을 가지고 있다면 무려 246석이다. 그 정도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최근 180석 이상 가진 것처럼 밀어붙이고 있는 건 사실이다.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현실은 120석이다. 지지율만 믿고 달리다간 어느 시점에는 공약사업 관련 법안이나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발목을 잡힐 수 있는 의석수다.
지지율조차 언젠가는 하락할 것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더 서두르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과속하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 협치, 그 초심을 절대 잃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껍데기만 협치 말고 알맹이도 협치 말이다.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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