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비교할 때 일본은 매우 체계적인 탄도미사일 방어체제(BMD: Ballistic Missile Defense, 세계적인 보편용어는 MD가 아닌 BMD이다)를 구축해두고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하면 SM-3 해상요격미사일을 장착한 이지스 구축함 6척(8척까지 증강 예정)들이 해상에서 1차로 요격하고, 주요 도시에 배치된 24개 포대 정도의 PAC-3 지상 요격미사일이 2차로 요격한다. 미군의 사드(THAAD)나 지상용 SM-3를 구매해 3회의 요격을 보장한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미사일공격 대피훈련까지 실시하고 있다.
한일 양국의 이와 같은 BMD의 수준차는 북핵 위협 인식의 심각성 정도에도 기인하지만, BMD에 관한 미국과의 협력차에 의해 야기되는 부분이 더욱 크다. 한국은 "미국 MD 참여 반대" 여론으로 인해 BMD 구축에 관한 한 미국과의 협력을 의도적으로 회피해왔기 때문이다. 반면에 일본은 처음부터 미국과 함께 최적의 BMD 구축방향과 무기체계 획득 로드맵을 정립했다. 또 미국이 개발한 SM-3와 PAC-3 요격미사일들을 신속하게 구매했으며, SM-3 개량형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미일 양국은 BMD를 위한 주기적인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작전통제소를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드 레이더도 2006년과 2014년에 2기를 배치해 공동으로 운영 중이다.
한미연합사령부까지 구성해 한미 양국군이 북한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면서도 미국과 BMD를 협력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작전통제소가 분리돼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할 경우 한미 양국군 중 누가 무엇으로 요격해야할지 결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일본처럼 처음부터 미국과 협력했다면 BMD 청사진도 합리적으로 수립했을 것이고, PAC-3와 SM-3를 구매했을 것이며, M-SAM과 L-SAM의 개발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벌써 완료됐을 것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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